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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협상 타결했지만 ‘불확실성’ 여전
모리스 옵스펠드 미국 피터슨 국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3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기재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개최한 ‘2025년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언제든지 (한국에) 새로운 요구를 제시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옵스펠드 위원은 최근 마무리된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우려도 언급했다. 그는 “어떤 투자, 어느 규모, 누가 책임지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 결과를 공개하는 게 우려될 수 있고, 양국 관계에 있어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조선업 협상은 긍정적이지만 역시나 세부사항은 부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행 설계가 미비하면 미국이 언제든지 새로운 요구를 꺼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면서 “협상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옵스펠드 위원은 미국 관세정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비미국 국가들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역내 국가들이 관계를 돈독히 하면 미국 충격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며 “좋은 예로 한국의 CPTPP 가입을 들 수 있고, 이는 한국의 무역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정부도 경제장관회의에서 “유사 입장국 간 경제동맹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한 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PTPP에 가입하면 태평양 연안의 일본,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등 11개 회원국과 관세 철폐율을 높이는 등 시장 확보 효과가 있다. 다만 농축수산업 피해 우려 여론도 있어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논의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과의 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의 정상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는 놓칠 수 없다”며 “유럽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무역 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도 기존 무역관계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무역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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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새롭게 요구할 항목으로는 ‘환율’을 꼽았다. 옵스펠드 위원은 “원화 가치는 올해 초에 비해 10% 정도 하락했고,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본다”며 “미국이 고율관세를 적용하면 원화가치는 떨어지지만, 미국은 원화가치가 오르길 원해서 경제적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러라고 합의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마러라고 합의는 ‘선 관세-후 달러 약세’ 유도를 골자로 한 통화 협정으로, 1985년 G5(미·일·독·영·프)가 공동으로 통화 절상 한 플라자합의에서 착안했다.
그는 “마러라고 합의가 현실적인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라며 “중앙은행 독립성, 물가안정 목표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실행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자국에 유입되는 자금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해외 채무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앞서 그는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달러 패권 약화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 달러가 여전히 국제금융의 중심통화로서 깊이 뿌리내려 있지만, 최근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정치적 불확실성, 국제 규범 이탈과 같은 요인들이 달러 패권을 점진적으로 약화시킨다고 진단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의 예산안과 국가채무 확대에 대해서 그는 “여타 OECD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급격한 고령화, 국방비 지출, 글로벌 금리 상승이 겹치면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적자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연구·개발(R&D), 구조개혁 등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다. 핵심은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다”라고 했다.
한국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도 했다. 옵스펠드 위원은 “일본은 저출산·인구감소에 늦게 대응해 디플레이션에 빠졌지만, 한국은 당시 일본보다 제도적으로 더 나은 환경에 있습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고 명확한 물가안정 목표, 인구정책 등을 정교하게 설계하면 일본식 장기침체는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