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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으로 소신만 쏟아내고 떠나는 이동걸

노희준 기자I 2022.05.02 17:21:14

사임의사 전달 후 마지막 기자간담회
"산은 부산이전, 속도전 추진해 우려스러워"
"균형발전, 지역고통분담·책임있는 역할·지속가능해야"
"산은 구조조정, 11개 기업 성공...3개만 차질"
1시간 동안 본인 얘기만 쏟아내...기자 질문 차단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최근 사의를 표명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해 “토론 없이 속도전으로 추진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산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실패론에 대해서는 11개 기업 구조조정에 성공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언론과 질의응답없이 본인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 회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실시한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지방 이전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며 “무리하게 속도전 하듯이 하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이전으로) 불가역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무리하게 강행한 뒤 나중에 심각한 폐해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우려했다. 지난 1월 기자간담회 당시 반대입장을 나타낸 점을 재확인했다.

그는 지역 균형 발전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 균형 발전은 지역의 고통분담과 책임 있는 역할이 전제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어야 한다. 국가경제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울경(부산·울산· 경남) 지역은 (국내에서) 가장 특혜를 받은 지역으로 스스로 자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제2의 경제도시라고 한다면 스스로 노력해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 회장은 산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실패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042660)과 KDB생명, 쌍용차(003620) 매각 차질 등 3건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한 게 없다고 하면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EU(유럽연합) 경쟁당국의 합병 반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KDB생명은 예비 인수자였던 JC파트너스가 보유한 또다른 보험사인 MG손해보험이 금융당국에서 최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그는 외려 대부분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고 성과를 나열했다.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구조조정을 합리적 원칙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며 “두산중공업(034020), HMM(011200)(옛 현대상선), 대우건설(047040), 한국GM, 금호타이어(073240) 등 11개 기업의 구조조정을 완료했다”며 “HMM은 완벽하게 정상화돼 이제 매각만 남은 상태로 기업가치가 너무 커져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을 걱정해야 할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두산중공업은 대주주와 산은의 협조로 단시간에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이룬 사례”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실패한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나름의 해법도 내놨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는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조선업종 차원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빅2 체제로 개편을 하지 않으면 몇 년 후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 주도하에 매각을 재추진중인 쌍용차와 관련해 “지속가능한 사업성을 증명하지 않고 자금지원만으로는 회생이 어렵다”며 “본질적 경쟁력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대규모 부실을 야기할 수 있어 회생법원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회장은 사의 결정에 대해 “산은은 은행인 동시에 정책금융기관”이라며 “정부와 정책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정부와 함께 평가받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중요 정책기관을 선별해서 임기를 2년6개월로 정해 정부와 정책기관장의 임기를 맞추는게 어떨까라는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회장의 간담회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본인의 일방적인 얘기만 주장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은의 지방이전을 토론 없이 진행한다고 지적하면서 본인도 하고 싶은 말만 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회장은 임기를 약 1년 5개월 여 남긴 상황에서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를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이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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