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에겐 안팔아"…샤넬, 러 매장 폐쇄·해외선 신분확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러시아 내 매장을 폐쇄하고, 다른 국가에서도 러시아인에게는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이 사치품의 대(對)러시아 수출을 제한한 데 따른 결정이다. 러시아 정부와 소비자들은 반(反)러시아적이라고 비난·반발하며

러시아 모델 빅토리아 보니야가 5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서 샤넬 불매운동 동참을 선언하며, 샤넬 핸드백을 가위로 절단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사진=빅토리아 보니야 인스타그램 캡쳐)

불매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5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샤넬은 이날 성명을 내고 “회사는 무역제재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운영이나 직원에게 적용되고 있는 모든 법률을 준수한다”며 러시아인 대상 판매 중단 결정도 “300유로(약 40만원) 이상 사치품 수출을 금지하는 EU와 스위스의 대러 제재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넬은 “거주지를 모르는 고객들에게 그들이 구매하는 제품이 러시아에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하는 절차를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확인 절차와 관련해) 접근 방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아닌 다른 국가 고객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어느 국가에서 왔든 샤넬의 최우선 과제는 모든 고객을 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셜미디어(SNS)에는 러시아인들이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등지에서 샤넬 제품을 구매하려다 거절당한 사연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러시아의 유명 인플루언서 안나 칼라시니코바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샤넬 매장에서 상품 구매를 거절당했다고 적었다.

그는 “나는 패션위크 참석차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를 자주 방문하기 때문에 (이 곳의) 샤넬 매니저들이 나를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내게 다가와 ‘우리는 당신이 러시아의 유명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브랜드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칼라시니코바는 또 “서방 부티크는 신원 확인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으며, 러시아 번호를 알려주면 판매원은 러시아에 물건을 가져가지 않고 러시아에서 입지도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만 물건을 판매하겠다고 한다. 러시아포비아(러시아 혐오)가 일어나고 있다. 내가 직접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사진=AFP)

러시아 소비자들은 샤넬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며 불매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모델 빅토리아 보니야는 인스타그램에 “샤넬이 고객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왜 샤넬을 존중해야 하는가. 러시아포비아를 취소시키기 위해 캠페인(불매운동)에 동참한다”며 핸드백을 가위로 찢는 영상을 게재했다.

러시아포비아 확산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탓으로 돌리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터 예브게니 플루셴코의 아내인 야나 루드코브스카야는 “푸틴의 잘못으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의 상품을 살 수 없다는 것이 끔찍하고 믿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샤넬 외에도 많은 서방 명품 브랜드가 러시아에서 사업 운영을 중단했다. 지난 달엔 루이비통, 에르메스, 케링 등이 러시아 내 매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