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트럼프 악재' 현실로..수출·통상 '패닉'

최훈길 기자I 2016.11.09 16:41:39

산업부 "보호무역주의 확산 우려"
수입규제 확대 우려..183건 중 89건 철강
한미FTA 재협상땐 수출 30조 손실, 車 피해
"정부, 통상정책 큰 그림 제시해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으로의 수출·통상 악재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통상정책이 공격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여 한·미 FTA 재협상 논의, 고강도 무역제재가 우려된다. 자동차 등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 대선 이후 통상정책 방향’ 주제로 △철강 등 수입규제에 미칠 영향 △한미 FTA에 미칠 여파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의회 비준 여부 및 시기 등을 긴급 점검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통상환경 변화를 엄중히 인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對)미 수출은 중국 다음으로 많은 698억3200만달러에 달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통상 쪽이다. 트럼프는 국내 산업의 이해관계를 적극 반영해 보호무역을 강화할 전망이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중·하층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정체 등으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있다”며 “고율의 관세 부과 등 미국 내 제조업 보호를 위한 강력한 제재수단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미국의 생산활동은 일부 호전됐으나 소비 위축세는 여전하다. 미국의 10월 제조업 지수는 51.9로 경기 확장·축소의 기준점(50)을 겨우 넘겼다. 미시간대학이 집계한 미국의 10월 중 소비심리지수(100 기준)는 87.2에 그쳐 9월(91.2)보다 낮았다.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자들이 여전히 지갑을 닫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호무역 기류가 거세질수록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에 악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는 올해(10월말 기준) 183건으로 철강·금속 품목이 89건(49%)으로 가장 많았다. 국가별로는 인도(32건) 다음으로 미국(23건) 순이었다. 특히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등의 한국산 유정용 강관, 도금강판, 냉연강판, 열연강판까지 미국으로부터 반덤핑 관세를 부과 받은 상태다.

미국산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 규정까지 강화되면 수출은 더 꼬일 수밖에 없다. 올해 10월 수출 감소율은 작년과 비교해 -3.2%를 기록, 9월(-5.9%) 이어 잇따라 수출이 감소세를 보였다. 10월 미국으로의 수출은 -10.3%를 기록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품목별(10월1~20일 집계)로 보면 자동차(-25.7%), 철강제품(-25.5%), 휴대폰(-20%) 관련 대(對)미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가 그의 대선 공약대로 한미 FTA 재협상에 나설 경우 자동차 수출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경우 2017~2021년까지 269억달러(약 30조69억원) 수출 손실과 24만개의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손실액은 133억달러, 일자리 손실은 11만9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트럼프 공약대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재협상 국면으로 들어가면 향후 수출·통상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TPP에 미가입된 상황에서 국내 업계가 숨통을 돌릴 수 있고 정부가 추진 중인 한중일 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FTA나 TPP 재협상 국면으로 갈지는 의회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대선 과정에서 밝힌 트럼프 발언이 얼마나 실제로 실현될지 봐야 한다”며 “정부가 통상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주고 제도 변화를 빨리 기업에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중이거나 조사 중인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 현황.(올해 10월말까지 집계, 단위=건, 출처=한국무역협회)
규제 중이거나 조사 중인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 현황.(올해 10월말까지 집계, 단위=건, 출처=한국무역협회)
(출처=산업통상자원부, 단위=%, 작년 동기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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