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오락가락 바뀌는 정부 방역 지침에 일선 현장의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군 이외 확진자는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새 재택치료 체계를 가동했지만, 시민들이 세부 지침을 숙지하고 이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혼란 확산에 방역 효과를 놓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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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고령자와 먹는 치료제(경구치료제) 투약 대상자인 집중관리군에만 의료기관의 모니터링 등 재택치료 관리를 진행하고, 이외 경증이거나 무증상 확진자 등 일반관리군은 스스로 집에서 건강 관리를 하도록 이른바 ‘셀프방역’을 시작했다.
방역당국은 의료자원 효율화에 나서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지침 변경에 첫날부터 혼란을 토로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일반관리군은 재택치료를 스스로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혼자 사는 사람들은 속된말로 방치 수준 아닌가” 등의 성토글이 올라오고 있다. 일반관리군은 그동안 제공되던 자가진단 검사키트가 제공되지 않으며, 의료물품을 직접 구해야 한다. 단 1인 가구는 보건소에서 의약품을 배송해준다.
의료현장에서도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서울시내 약국들에선 신속항원검사진단키트 수급난이 여전하고, 병·의원들도 진료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다. 강서구 한 약사는 “코로나 경증인 경우 확진자의 가족이 약을 사러 온다”며 “현재 자가진단키트는 품절됐고 며칠 후에나 소량으로 입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약국 관계자는 “자가진단키트는 애초에 완판됐다”며 “최근에는 두통약이나 해열제를 찾는 경우나 코로나19 자가격리시 필요한 약품을 묻는 사람이 늘어나 ‘코로나19 격리 키트’를 들여놨다”고 했다.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마포구 A병원은 “오늘부터 일반관리군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어제까지 온 일반환자들은 다 모니터링 대상”이라면서 “일반군에 대한 비대면 진료는 아직 시작조차 못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동작구의 B병원 의료진은 “새로운 방역체계에 대해 대충 듣긴 들었는데, 정확하게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지침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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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교사 이모씨는 “방역 업무를 자체적 실시하라는 얘기를 듣고 모두 속된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면서 “교육은 내팽개치라는 이야기”라고 한숨을 쉬었다. 보건교사 주모씨 또한 “재택치료자가 이렇게 많은데 학교에서 밀접접촉자를 관리하고 역학조사를 하라는 건 현장 상황을 모르는 정책”이라면서 “지금 자가진단키트도 구하기 힘든데 애들한테 키트를 어떻게 배부하라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새로 바뀐 방역 체제에 관리 사각지대가 있다고 짚고,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반 의원들은 기존 환자도 보기 때문에 코로나19 원격치료는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비대면 치료 시 의사가 팍스로비드나 렘데시비르 같은 약은 처방조차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재택치료는 그야말로 ‘각자도생’”이라면서 “선별진료소에서 PCR검사로 확진 판정만 하고 신속항원키트는 주민센터 같은 곳에 무료로 배포를 해야 한다. 이제는 코로나19도 독감이나 일반 호흡기 질환으로 보는 쪽이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