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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뇌부 향하는 檢…‘재판거래 의혹' 前·現 고위법관 줄소환(종합)

이승현 기자I 2018.09.12 16:00:56

이민걸 전 행정처 기조실장 및 김현석·유해용 전·현 수석연구관
檢, 무단반출 재판문서 대거 파기한 유해용 신병확보 검토
고위법관 조사 후 양승태 사법부 수뇌부로 향할 듯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왼쪽부터), 김현석 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2일 서울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이승현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에 깊숙이 연루된 전·현직 차관급 고위법관들이 12일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향후 양승태 사법부 수뇌부 수사를 위한 핵심 고비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또 증거인멸 방조 등 법원의 수사방해 의혹도 강도높게 수사하겠다며 현 사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유해용(52·사법연수원 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이날 오후 2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 9일 검찰에 출석한 지 사흘 만이다.

검찰은 또 이날 오전 10시와 11시부터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했던 이민걸(57·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김현석(52·20기)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각각 피의자로 불러 조사 중이다.

재판거래 관여 의혹에 이어 증거인멸 논란을 야기한 유 전 연구관은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1시 47분쯤 검찰 청사에 나온 그는 기자들을 만나 “검찰 수사상황이 실시간으로 공개돼 조사 전에도 엄청난 범죄자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구명 이메일’ 의혹을 받는 문서를 주변 법조인들에게 돌린 데 대해 “저의 안위를 걱정해서 먼저 소식을 물어보고 궁금해하는 연수원 제자들, 법대 동기 몇 명 그리고 고교 선배 아주 극소수 사람에게 보냈다”며 자세하게 항변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에 엄연히 피의사실 공표가 있다”며 “검찰 수사상황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공개돼 제가 조사를 받기 전에도 마치 엄청난 범죄자로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억울한 처지를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호소하지 못 한다면 공정하지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대법원 기밀 문건을 파기한 사실을 1차 검찰 소환 때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며 “대법원에서 회수를 요청한 상황에서 제가 입장을 표시하기 난처해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유 전 연구관은 기밀문건인 대법원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의 자료를 퇴직 때 대법원에서 대량으로 들고나간 뒤 최근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문건을 파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문건에는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된 문건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법원행정처가 2016년 6월 작성한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을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통진당 의원들이 의원 지위확인을 구하기 위해 낸 행정소송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할지를 검토하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문건이 대법원 재판을 총괄 검토하는 유 전 연구관에게 전달된 점에서 대법원 해당 재판부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유 전 연구관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의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건넨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에서 법원행정처와 대법관을 잇는 연결고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의 재판문건 파기를 명백한 증거인멸 행위로 규정한 만큼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더 나아가 당시 영장전담판사가 잇따른 영장기각과 결정 지연으로 유 전 연구관의 문건파기를 사실상 방조한 측면이 있다며 이 부분도 수사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검찰은 현직인 이민걸 부장판사와 김현석 연구관을 상대로도 재판거래 의혹을 추궁할 방침이다.

그는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행정처 기조실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임종헌 당시 행정처 차장과 함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전범기업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두고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간 재판거래 의혹에 관여한 혐의가 있다.

이 전 실장은 또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의 모임을 와해시킬 목적으로 연구회 중복가입을 금지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이 전 실장을 상대로 법원행정처의 이른바 ‘비자금’ 조성과 운영에도 역할을 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외교부와 협의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김 연구관은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6년 6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 문건을 유해용 당시 수석재판연구관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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