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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이문동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조모(27)씨는 “근처 분식집에서 삼계탕을 시켜먹었다”며 “더운데 굳이 밖에 나가지 않고 혼자 편하게 먹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로 혼자 밥을 먹는 이른바 ‘혼밥족’이 복날 풍경을 바꾸고 있다. 17일 초복(初伏)을 맞아 자취방이나 식당 등에서 혼자 삼계탕 등을 먹으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복날’ 보내기에 나선 것이다. 배달 음식 문화가 대중화된데다 취업 준비생 인구가 늘면서 삼계탕 등 보양 음식을 챙겨 먹는 ‘혼닭족’들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자취생 이모(22)씨는 “방학이라 친구도 다들 내려가 평소 혼밥을 자주 한다”며 “특히 복날은 줄 서서 고생해서 먹고 오느니 혼자 저녁에 자취방에서 편하게 치킨이나 시켜 먹을까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모여 있는 노량진도 예외는 아니다.
노량진에서 2년째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는 심모(28)씨는 “초복이고 하니 간만에 삼계탕을 먹을 생각”이라며 “고시생들이라고 무조건 혼자 컵밥이나 도시락만 먹는 것은 아니다. 복날 하루쯤은 혼자서라도 삼계탕, 치킨 등을 챙겨 먹는 수험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서초동의 한 삼계탕 가게 앞에서 만난 배달대행업체 배달원 박모(32)씨는 “초복이라 삼계탕 주문이 폭증했다”며 “1인 가구 자취생들의 비율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복날을 맞아 삼삼오오 삼계탕 가게를 방문하던 직장인들의 복날 풍경도 바뀌고 있다.
회사원 김모(26·여)씨는 “우리 회사는 혼밥이 가능해 평소에도 혼밥을 한다”며 “복날이라고 해서 크게 다른 것은 없다. 오늘도 삼계탕을 먹으러 갔는데 나 말고도 혼자 온 직장인들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인근에서 삼계탕 집을 운영하는 정모(56)씨는 “혼자 오신 손님이 대략 10명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며 “단체로 오신 손님들이 대부분 이었는데 이 정도면 꽤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혼자 복날을 보내는 소비자들을 위해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1인 가구 전용 삼계탕 관련 제품들을 마련했다. 실제로 1인 가구가 밀집한 서초·교대역 인근 편의점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닭고기 관련 제품을 준비했다.
서초동 서울교육대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장 임모(48)씨는 “주변에 고시원이나 오피스텔이 많아서인지 평소에도 1인용 삼계탕이 생각보다 많이 팔린다”며 “오늘도 저녁 즈음부터 1인 가구들이 삼계탕 등을 많이 사갈 것으로 생각해 평소보다 더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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