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시작된 맞춤형 보육제도가 시행 초기부터 곳곳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맞춤반과 종일반을 나눠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많은 어린이집들이 공간과 보육교사 부족을 이유로 여전히 구분 없이 통합반으로 운영 중이다.
맞춤형 보육제도의 실효성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당수 부모들이 하원시간이 이른데도 맞춤반 대신 종일반을 선택한 탓에 종일반에서도 조기하원하는 아동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예산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복지부는 보육료를 6%씩 인상하면서까지 종일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보장했으나 보육현장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쌍둥이·연년생이어야 두자녀 종일반 혜택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맞춤형 보육 시행을 하루 앞두고 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세 자녀 이상 가구에 허용하던 어린이집 종일반 자격을 0~1세반에 다니는 36개월 미만의 두 자녀 가구에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기본보육료도 작년에 비해 6% 인상하기로 했다. 최소 20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한다.
문제는 개선안의 실효성이다. 복지부가 두 자녀를 둔 일부 가구에도 종일반 이용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혜택을 보는 가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36개월 미만의 자녀 두명을 두고 있더라도 0~1세반이 아닐 경우 종일반 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약 2만명의 영유아가 종일반에 편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 관계자는 “보통 태어난지 0~24개월의 아동이 어린이집 1세반에 편입되고, 24~36개월 아동이 1세반에 들어가기 때문에 두자녀 가정 종일반 추가 허용을 해석상 36개월 미만으로 설명한 것”이라며 “다만 36개월 미만의 아동이라도 2세반에 있으면 종일반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혜택이 크지 않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워킹맘은 “두자녀 가구 중 어린이집 종일반 자격을 얻으려면 첫째 자녀와 둘째 자녀가 연년생이거나 쌍둥이일 경우에나 가능하다”며 “기존에 둘째 아이를 출산한 이후 첫 돌이 될 때까지 종일반 이용이 가능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 개선으로 새롭게 혜택을 보는 기간은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맞춤반의 기본보육료 6% 인상으로 종일반과 맞춤반 보육료 차이는 △0세반 기준 2만 6000원 △1세반 1만 6000원 △2세반 3000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로 인해 어린이집이 종일반 선호도가 떨어져 워킹맘들이 어린이집 12시간을 마음놓고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실수요자에게 맘 놓고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보장하겠다는 맞춤형보육 시행에도 0~2세 유아동들의 어린이집 이용은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어린이집 종일반 보육료는 지난해 보다 6% 인상된 82만 5000원(0세반 기준)을 받는다. 월 15시간의 긴급보육바우처를 포함한 맞춤반 보육료(79만 9000원) 보다 3만원 가량 더 많다.
하지만 어린이집 종일반을 신청해 놓고 여전히 오후 3~4시경 하원도우미나 할머니 등 가족의 도움으로 집으로 가는 유아동이 적지 않다. 종일반 아동의 부모들이 일찍 하원하는 이유는 ‘보육의 질 저하’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어린이집을 보내는 워킹맘 B씨(40)는 “종일반에 편성됐지만 오후 시간에는 어린이집에서도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이 없고, 교사들도 몇명 되지 않는 상황에서 통합반 운영 등을 하는 것이 신경이 쓰여 평소와 같이 하원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을 운영하는 C원장은 “맞춤반 아동을 위한 별도 공간도 없고, 종일반 아동을 위해 추가로 교사를 뽑기도 힘들기 때문에 아직까지 맞춤반과 종일반 운영을 따로 운영할 계획은 없다”며 “종일반 아동들도 보통 3~4시경에는 모두 하원해 오후 늦게까지 남아 있는 애들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구로구에서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는 D원장은 “오후 3시 이후에는 남아 있는 아동이 많지 않다”며 “반을 나누려면 보육교사를 더 써야 하는 등 비용이 들어 통합반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