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11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의 한 야산 공터. 동물자유연대와 경찰이 불법 투견장을 급습했을 때 마주한 것은 상처 입은 개들과 범죄의 흔적이었다. 투견장에서 쓰이는 철제 링을 비롯해 간이 의자, 경기를 강제로 중단할 때 쓰는 도구, 수의약품 등이 남아 있었다. 조명, 체중계, 피 묻은 수건과 참가자들을 위한 간식용 어묵 트럭까지 현장에 있는 상태였다.
|
단속이 이뤄지자 참가자 상당수는 차량을 이용해 현장을 빠져나갔고 일부는 개를 안은 채 어둠 속으로 달아났다. 늦은 시간 도로를 메운 차량만 50대가 넘는 상황이었다. 일부는 활동가들을 향해 “너희는 법 다 지키고 사느냐”,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는 등 발언을 하기도 했다.
|
현장에 남게 된 것은 버려지고 상처 입은 개들이었다. 몸 곳곳에는 상처가 아문 흔적이 남아 있었고 일부 개체는 다리털이 빠진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빨이 뿌리째로 뽑혀 피를 머금고 있는 개까지 발견됐다. 투견장 인근 풀숲에서는 가드레일에 목줄이 매인 개가 활동가들을 향해 연신 꼬리를 흔들기도 했다.
|
손예령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 활동가는 지난 4일 “병원으로 이송된 구조견을 검사한 결과 큰 이상은 없고 생체 징후는 안정적이었다. 다만 발견된 직후에는 전반적으로 기력이 많이 떨어져 처진 모습을 보였다”며 “현재는 동물자유연대에서 보호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보를 통해 사건을 추적해 온 동물자유연대는 확인된 차량 수와 참가 인원 등을 종합하면 상당한 규모의 투견 도박판이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투견 도박 현장에서 수천만원대 판돈이 오가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 역시 비슷한 규모거나 그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단체의 설명이다.
가해자 처벌 문턱 높지만…구조견 후유증은 12년째
문제는 불법 투견 도박 사건이 곧장 처벌로 이어지지 않으며 이용된 개들은 오랜 기간 후유증을 앓는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투견 도박 사건은 동물보호법 위반 또는 도박 등 혐의로 처벌되는데 형량이 높게 나오지는 않다. 실제로 수천만원대의 판돈을 걸고 투견 도박을 벌인 30대 남성에 대해서는 202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 남성은 6000만원~1억원을 걸고 도박판을 열었는데 투견들은 머리와 몸통에서 피가 날 때까지 상대를 물어뜯으며 경기에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
당시 온유는 온몸에 물리고 뜯긴 상처를 입은 모습이었다. 처음 진료를 맡은 수의사는 “차에 밟힌 것 같은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진단할 정도였다. 구조 후 동물자유연대 보호소에 입소한 온유는 흙장난으로 스트레스 푸는 법을 터득하는 등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활동가들에게 먼저 다가와 애정을 표현할 때도 많다고 한다.
|
손 활동가는 “투견이라는 인식 때문에 다른 개들보다는 입양 가기가 힘든 건 사실”이라면서도 “투견에 이용됐다고 해서 사람에게 공격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사람에게 친화적인 경우가 많고 다른 동물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대구 투견장에서도 활동가들을 보자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개가 있었다. 투견에 이용된 개들도 결국 사람의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동물”이라고 덧붙였다.
투견도박 운영진, 일부 견주 입건…3만명 이상 탄원
이번 사건과 관련해 투견장 운영진과 견주 등은 동물보호법 위반, 도박 등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벗어나려던 수십명을 붙잡아 신원 확인했으며 이들이 도박에 참여한 정도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불송치를 생각해 놓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처분 결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현재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사건 주동자와 가담자를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최근 경찰에 제출했다. 3만 2429명이 서명한 탄원서에는 “이번 사건은 범죄 은폐 시도이자 생명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생명 경시 태도”라며 “명백한 물적 증거와 범죄 규모를 참작해 주동자와 가담자 전원에게 합당한 법적 책임을 지워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손 활동가는 “투견 도박은 적발되더라도 처벌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또 동물보호법상 형량이 약하다 보니 그간 동물을 이용한 도박 행위가 제대로 처벌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견 도박 행태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근절될 수 있도록 앞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해 오늘] "여행 가자더니" 바다로 돌진한 아버지…마지막이 된 '가족 여행'](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6/PS26060600008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