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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013년 맺은 무역투자협정(TIFA)을 비롯해 미얀마와의 모든 교역을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조처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복귀할 때까지 유효하다”고 했다. 미 의회도 미얀마에 대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상품을 수입할 때 무관세 또는 저율관세를 부과하는 제도인 일반특혜관세제도(GSP)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은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얀마 군부가 ‘부정선거’를 이유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정부를 몰아내는 쿠데타를 일으킨 지난 1일 이후 가장 강력한 조처로, 군부의 돈줄을 죄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부응한 셈이다.
지금까지 바이든 행정부가 가한 대응은 지난달 11일 미얀마 군부 지도자·정부기관·군영기업들의 미국 내 자산동결 및 거래 금지 등의 행정명령 발동이 전부였다. 유럽연합(EU)·아시아 등 행동에 나선 국가들 대부분도 ‘군부를 규탄한다’ 수준의 말 폭탄만 쏟아내는 데 그쳤었다.
백악관이 이날 “우리는 평화적 시위대에 대한 치명적인 폭력 및 인권 억압과 관련해 군부에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할 것”(젠 사키 대변인)이라고 공언한 만큼 미얀마 군부에 대한 미국발(發) 추가 제재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관측이 많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31일 영국의 요청에 따라 미얀마 상황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기로 했다. 지난 10일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한 데 이어 3주 만에 행동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국제사회 압박의 실효성이다. 당장 미국의 교역중단 카드만으론 군부를 흔들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적잖다. 미얀마의 대미(對美) 무역의존도는 중국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미얀마 전체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이 움직여야 실질적 제재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안보리 회의 결과도 기대에 못 미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무기 금수·금융제재 등의 해법이 나오고 있으나 군부의 우방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가 거부권을 이용해 이를 충분히 무력화할 수 있다. 지난 10일 안보리 성명에서 ‘쿠데타’란 단어가 빠진 것도 중국·러시아의 반대 때문이었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 27일 군(軍)의 날 열병식에 중국·러시아를 외교사절단으로 초청해 극진히 대접한 이유다.
호주 국제정치·전략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의 허브 레마이우 연구원은 이날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얀마와 경제 교류를 중단해야 한다”고 중국 역할론을 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회견에서 “(군부에) 압박을 가하려면 우리가 더 단합해야 하고 국제사회가 더 전념해야 한다”고 사실상 중국을 압박했다. 이날까지 미얀마 군경의 유혈진압에 51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며, 여기엔 최소 35명의 어린이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