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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개혁특위에 참여한 한 위원은 5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기재부가 함께 논의해 발표한 권고안을 사실상 거부했는데 이는 특위 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교수 등 민·관 위원 30명이 지난 4월부터 약 3개월간 논의해 마련한 것으로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도 참여했다. 기재부가 재정개혁특위 내에서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다가 권고안 발표 이후 반대입장을 낸 것은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통령 직속인 재정개혁특위는 하반기에 본격적인 조세개혁안을 준비할 예정인데 그 전에 힘을 빼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금융소득 종합과세 확대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문재인정부에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 있어 기재부가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당 관계자는 “재정특위 권고안에대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면서도 “정부가 ‘부자증세’ 프레임에 휘말릴 경우 앞으로 계속될 재정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기재부의 반대 이전에 청와대와 어느정도 교감이 있지 않았겠냐는 관측이다.
기재부 출신인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제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생각 차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기재부는 예전부터 부동산세(종부세)도 올리고 금융소득(과세)도 올리면 경제 문제가 해결이 안된다고 봐왔다”며 “부동산에 몰린 돈을 금융쪽으로 물꼬를 터줘야하는데 그걸 저해할 수 있다는게 기재부의 인식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과 금융 양쪽에서 세금을 올리면 돈을 쓸 수 있는 상류층의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무너졌다는 점을 기재부 반발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국민 일반이 기대하고 예상하고 있을 때 정책이 이뤄져야하는데 금융소득 종합과세 문제는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종부세의 경우 강한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 별다른 논란이 되지 않았지만 금융소득 종합과세 문제에 대해서는 예측 가능성이 결여돼 기재부가 제동을 걸지 않았겠냐는 설명이다.
또다른 여당 관계자도 “권고안은 확정안이 아니다”며 “그 안을 기초로 해서 정부 안을 만들고 정부 안을 기초로 해서 국회에서 더 논의하는게 순서”라고 말했다. 그는 “권고안을 참고해서 정부가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기재부에서도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야 결정되는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