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업종이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 일각에서 일부 바이오주(株)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며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기관투자가가 뒤늦게 바이오주 투자에 나서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1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는 지난 7일부터 6거래일 연속으로 매수우위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3000억원 넘게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도 3500억원 가까이 매수우위를 보이면서 엿새 동안 기관이 코스닥시장에서 매집한 규모는 9681억원에 달한다. 기관이 적극적으로 매수우위를 보이면서 700선에 머물던 코스닥지수는 750선을 돌파했다.
기관들의 장바구니를 보면 셀트리온(068270)·신라젠(215600)·메디톡스(086900)·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등 시가총액이 큰 바이오 주식이 눈에 띈다. 기관은 지난 7일부터 셀트리온 주식을 1476억원어치 사들였다. 지난달 18일 사상 최고가인 20만8500원을 기록한 뒤 약 한달 동안 조정흐름을 보였던 셀트리온 주가는 기관 매수 주문에 힘입어 ‘U’자형 반등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가는 15.6% 올랐다.
기관은 3분기 호실적을 확인하고 나서 셀트리온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집하는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2321억원, 영업이익 1401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7.9%, 89.3% 늘어난 규모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램시마 판매가 늘고 있고 트룩시마 점유율도 올라오고 있다”며 “특히 램시마 수율 개선으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실적과 동행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최근 기관이 러브콜을 보내는 상장사 가운데 하나다. 지난 7일부터 356억원 어치 사들였다. 코스닥시장내 기관 순매수 상위 5위 안에 들어가는 규모다.
기관은 셀트리온에 이어 신라젠 주식을 많이 샀다. 지난 6일 동안 588억원 어치 사들였다. 평균 매수가격은 7만9500원으로 신라젠 공모가 1만5000원보다 5.3배 비싼 가격이다. 신라젠 주가는 지난 9월부터 급등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2만원 선에 머물던 주가가 3개월 만에 9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신라젠에 대한 분석 보고서는 지난 9월 초까지 나오다 더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 항암제 `펙사벡`에 대한 기대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이익이 급증하는 시기를 짐작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신라젠 적정 기업가치를 논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바이오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도 신라젠 주가 급등에 부담을 느끼면서 언급을 피했다.
기관은 지난 8일 20만주 넘게 사들였고 지난 13일부터 이틀 동안 다시 44만주 순매수를 기록했다. 최근 기관이 신라젠을 사들이는 이유는 바이오업종이 주도하는 시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신라젠 시가총액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구성 종목으로 편입된 점도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 의약품업종은 57.7% 상승하며 코스피지수대비31.5%포인트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연구개발(R&D) 성과와 해외 진출, 양호한 실적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적이 좋아지는 바이오시밀러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R&D 성과가 기대되는 바이오업체 주가 탄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