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대표가 배수진을 쳤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 의원이 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오늘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거야(巨野)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비상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단식 농성으로 국감 복귀나 대야 협상론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지난 주말 정진석 원내대표나 비박계를 중심으로 출국 전략 차원에서 냉각기를 갖고 국감 복귀를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 원내대표와 이 대표간에 이견이 있다. 정 원내대표는 원내 일이고 국감이 시작됐기 때문에, 야당과 협상을 거쳐 복귀하자는 생각이 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 언제까지 국감을 보이콧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정 의장측 “새누리당 출신 의장이라도, 국회법 절차를 따를 수 밖에 없어” = 문제는 이 대표가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정 의장이 사퇴할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의장측은 새누리당 출신 의장이라고 해도, 여야간에 협상을 거쳐 해임건의안을 해결하지 못하면 국회법 절차를 따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해임건의안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 직무유기라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의장직 사퇴는 고사하고 사과나 유감 표명도 할 수 없다는 원칙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의장실 관계자는 “개회사와 달리 이번은 발원지가 의장이 아니고 야당이다.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해임건의안이 올라왔을 때 여야 간에 최대한 협상과 중재를 유도했지만 협상으로 끝나지 않으면 결국 절차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본회의 차수변경도 문제가 없다는 걸 새누리당이 안다. 저쪽은 국회 정상화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거부를 물타기할 수 있고 최순실 게이트로 갈 가능성이 큰 국감을 안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만 새누리당의 태도변화를 전제로 유감 표명은 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는 29일부터 예정돼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 방문을 연기한 정 의장측은 이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새누리당의 국회 복귀를 위해 국감 연기를 제안한데 이어, 국회 정상화를 위해 유감을 표명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유감 표명도 지금은 할수 없다. 국회법을 준수해놓고 이제 와서 국회법을 지켜 유감이라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단 저쪽의 태도변화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며 “어찌됐든 국민여론이 가장 중요하다. 이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각이 어떤가가 향후 정국을 풀어가는 방향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화 가능성 있어, 10월중순 시작되는 예산안 심사는 외면 못해 =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28일까지는 냉각기를 갖겠다는 생각이다. 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는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여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인 법사위, 정무위, 기재위, 국방위, 안행위, 운영위 등은 출석은 하되 여당 의원들의 국감 복귀만 촉구하기로 했다.
만약 28일까지도 새누리당이 복귀하지 않으면 야권의 대응전략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관계자는 “여당 위원장 상임위는 지켜볼 것이다. 1~2일은 세게 얘기할 수 있지만 집권여당이 무작정 비워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수요일까지 지켜본 후 국감 복귀를 안하면 국회법에 따라 사회권을 요구할 수 있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10월 중순쯤 시작되는 예산안 심사까지는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수요일까지 복귀 안하면 사회권 달라고 해야 한다. 이 대표가 단식농성을 하는데 기다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내일 사회권을 달라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2~3일 못 견딜 것으로 본다. 당의 원내기류도 다르고 의원들이 난리일 것”이라고 했다. 결국 28일을 기점으로 야당 단독 국감으로 갈지, 여당이 복귀할지가 일차적으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
▶ 관련기사 ◀
☞ ‘단식선배’ 정청래 “이정현, 웬만큼해선 아무도 몰라”
☞ 이정현 “정세균, 사퇴까지 무기한 단식농성”
☞ 우상호 "與 보이콧해도 野3당 국감 예정대로 진행"
☞ 추미애 “집권여당의 국회 보이콧, 국민에 대한 정면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