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밝힌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명당 45명으로 전세계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세포가 대장에만 퍼진 초기 대장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95.3%이다. 하지만 간처럼 멀리 떨어진 장기에 전이된 말기 대장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19%로 크게 떨어진다.
이처럼 생존률이 희박해 치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다발성전이 말기 대장암 환자도 치료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대장암 다학제팀은 2013~2015년 간과 방광, 전립선 등 여러 장기에 암이 전이된 4기 대장암 환자 15명에게 항암치료를 진행했다. 다학제팀은 항암약물치료 및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 결과 73.3%인 11명 환자의 종양 크기가 줄어들어 수술 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후 광범위한 통합절제를 통해 종양을 제거하여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었다.
대장암 다학제팀은 외과,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교수들이 환자별 맞춤형 치료방법과 치료순서를 논의했다. 이들은 때에 따라 항암치료를 먼저 진행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추가했다. 장폐색증이 동반된 경우 스탠트 삽입술을 통해 대장기능을 회복시켜 배변이 가능한 상태를 만드는 등 여러 진료과 의료진들이 원활한 소통과 의견교환을 통해 치료가 어려운 전이성 말기대장암 환자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낸 것이다.
특히 병원 대장암 다학제팀은 환자들에게 2주 간격으로 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먼저 투약한 후 4차례, 8차례마다 검사를 통해 수술 가능한 시점을 평가했다. 진행성 대장암 환자는 2주마다 항암치료 혹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과의 접근성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 거점병원인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지역의 암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진료환경을 제공하여 전이성 말기 대장암 환자들의 치료 성공에 중요한 열쇠로 작용했다.
외과 김정연 교수는 “병원 다학제팀은 10명 중 8명이 사망에 이르는 전이성 말기 대장암 환자의 70% 이상을 살리며 경기도 의료의 새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술에 앞서 먼저 항암약물치료나 방사선 치료로 종양크기를 줄이면 진행성 암의 크기를 국소화시켜 수술 가능한 상태로 전환할 수 있다”며 “직장암의 경우 다학제 치료를 통해 항문에서 거리가 가까워 인공항문을 만들어야 하는 환자도 95% 이상 항문을 보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장암의 증가원인은 식생활의 서구화와 과다한 칼로리 섭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장암 초기 증상으로는 선홍색의 피가 대변에 묻어나오는 혈변이 있다. 암이 커지면 변비나 잦은 배변, 물변 등 배변습관의 변화가 생기고 직장이 막혀 복통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장암은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조기 발견을 통해 90% 이상이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치료가 늦어진 대장암 3기 환자는 근치적 수술과 항암제 치료를 받아도 5년 내 생존율이 50~60% 내외에 불과하다.
김정연 교수는 “대장암은 증상이 변비나 치질과 비슷하여 과거에 변비나 치질로 진단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대장암 증상으로 생각지 못하고 진단이 늦어져 치료가 어려워진다”며 “반드시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암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