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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7시2분께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 이어 38번째 주자로 단상에 올랐다. 그는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두고 당내에서 벌어진 혼선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정말 죄송하다. 죽을 죄를 지었다. 용서해달라”고 고개를 숙이면서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의원들의 열정과 국민의 열망을 제 판단으로 날려버렸다. 죽을 죄를 지었다”며 거듭 사죄를 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좋아하고 환호하는 국민들을 무시하고 제가 이런 압박에 밀려서 선거를 앞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서, 선거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국민들에게 보고 드리지 못하고 국민에게 허락 받지 못하고 중단 선언을 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할 때까지, 용서의 마음이 생길 때까지 저는 여기 서 있겠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의 칼끝은 새누리당과 정의화 국회의장, 박근혜 대통령을 고루 향했다. 그는 테러방지법을 ‘테러빙자법’이라고 칭하면서 “국정원의 과도한 권한을 확대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옥죄는 가장 무시무시한 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가비상상태라며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정 의장이 신념을 버리고 이렇게 터무니없는 직권상정을 한 것은 대통령에 의한 압박이 있었으리라고 확신한다”며 “(감히) 직권상정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파견법을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했다면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했겠느냐”고도 따져 물었다.
테러방지법 처리를 압박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이번 직권상정은 국민에 대한 국민의 쿠데타”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쿠데타를 벌였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또 쿠데타를 성공하게 할 수는 없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의 연설은 이날 오후 6시40분께를 넘기면서 국내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었던 정청래 의원이 세운 11시간39분을 넘어섰다. 이 원내대표의 연설은 오후 7시30분 12시간 30분을 채우고야 마무리됐다. 준비했던 발언 내용 외에도 추가자료를 계속 접수받아 토론을 연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토론을 마치고 “국민여러분께 죄송하다. 테러방지법을 막지 못했다. 그리고 필리버스터를 돌연 중단해서 기대를 걸었던 많은 의원들께 상처줬다”고 거듭 용서를 구했다. 이어 “테러방지법은 우리가 붙들고 가야할 법이다. 반드시 야권 통합을 통해 필리버스터를 통해 보여준 통합적인 면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필리버스터 종료로 국회 본회의는 상정된 테러방지법을 표결에 붙일 예정이다. 김기준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의총을 통해 향후 대응 방안을 의논해 나갈 것”이라며 “테러방지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의사 일정과 관련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본회의는 시스템 점검 때문에 정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