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민관 협력 활성화’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이달 말 발표될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앞두고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열렸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 발표 후 오는 9월 ‘디지털 인재 얼라이언스’를 발족할 계획이다. 기업이 설계한 교육과정을 인재들이 이수하고 이를 채용과 연계하겠다는 게 골자다. 과기정통부는 민간 주도로 오는 2027년까지 디지털 인재 9만명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지역과 대학, 기업에서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는 민관협력형 교육과정을 통해 올해 1만명의 인재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 기업 자체 교육과정 확산을 위한 협력방안을 마련하고 인재 양성에 선도적으로 나서는 기업들은 ‘디지털 리더스 클럽’으로 위촉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주요 인센티브로는 △정부에서 교육한 인재풀을 우선 채용할 기회 부여 △타 정부 사업 참여 시 가점 부여 등이 거론됐다. 아울러 기업이 자체적으로 만든 사내(社內) 대학에 안식년 교수나 정부출연기관 연구자를 파견해 교원으로 활용하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인정하는 학위도 인증하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디지털 인재 양성에 나선 이유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력 수급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76만 4000여명의 디지털 인력이 필요하지만, 교육기관 등을 통한 디지털 인력 공급자는 41만 3000여명에 불과하다. 36만1000명의 수급 격차가 발생하는 셈. 여기에 취업률이 70%인 점을 감안하면 100만명 이상의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인력을 공급할 생태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행 정규 교육 체제에서 충분히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디지털 인력을 기업이 자체 교육 시스템을 통해 보완하는 ‘현주소’가 생생하게 그려지기도 했다.
LG는 AI대학원을 만들어 사내에서만 인정하는 석·박사 인정코스를 만들기도 했고, 네이버는 커넥트 재단에서 부스트캠프, 부스트코스를 통해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삼성은 2018년 12월부터 ‘청년 SW아카데미’를 설립, 만 29세 이하 대학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연 2300명의 교육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KT는 사내 인력을 디지털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헤 KT 에이블 스쿨이라는 청년 AI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같은 교육은 기업이 정말 필요로 하는 실무형 디지털 인재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소가 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현 공교육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디지털 인재를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개정교육과정에서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교육시간을 현행 51시간에 더해 자율적으로 51시간을 추가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또 AI 선도학교를 현재 1095개에서 2027년 2200개까지 늘리고 초중고 정보 교과서도 2021년 7개에서 2027년 19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44개인 SW중심대학 역시 100개까지 늘리고 정보보호 특성화대학교도 3개에서 10개로 늘릴 전망이다.
다만 김한일 제주대 교수는 “현장에서는 제로섬 게임이 된다”며 현실적으로 입시 위주의 현행 초중고 공교육 과정에서 정보 교시를 늘리기 위해 다른 과목 교시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1년에 출생아가 2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0만명은 4년 동안 태어나는 전 국민”이라며 공교육 개혁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성한 고려대 교수는 디지털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높은 관심에 불구하고 대학 정원 규제로 이같은 수요를 대학에서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능정보화기본법’의 교원 겸직 조항 학칙 반영대상을 확대해 인공지능(AI) 전문가의 교원 겸직을 가능하게 했지만, 정작 기업에 속해 있는 AI 전문가가 자투리 시간을 할애해 교편을 쥐기는 쉽지 않은 현실도 지적됐다. 공공데이터를 개방해 교육프로그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제기됐다.
정부는 향후 발표할 대책에서 이날 제기된 지적들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동 속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인재를 양성할만한 시간도, 이를 교육하기 위한 재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각각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오픈’해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메워주는 것만이 해법이라는 설명이다.
박윤규 제2차관은 “기업이 자체 교육과정을 신설해서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근 양성 사례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지금이 한뜻으로 노력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우수 인재가 시장에 배출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인재 양성뿐 아니라 인재 유치와 유지 등 전 주기적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민관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