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의장 "당신의 열정 사무치게 그립다" 盧서거 9주기 추도사

유태환 기자I 2018.05.23 15:19:21

23일 봉하마을 추도식서 추도사
"살맛 나는 세상 열렸지만 빈자리 아쉽기만"
盧정부서 우리당 의장·산자부 장관으로 호흡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9주기인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 대통령 추모관을 찾은 시민이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9주기인 23일 추도사를 통해 “당신의 열정, 당신의 사자후가 사무치게 그립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노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이같이 전하면서 “사람 사는 세상, 살맛 나는 세상의 문은 활짝 열렸지만 그 기쁨만큼이나 당신의 빈자리가 아쉽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의장과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정 의장은 “취임 첫날, 청와대 집무실을 향하던 당신의 환한 미소, 당당한 걸음을 기억한다”며 “그것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희망의 미소였고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힘찬 발걸음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억한다. 5.18 청문회에서 사자후를 토하던 당신의 울분과 결기를 기억한다”며 “약자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했지만 불의와 부패한 권력에 대해서는 언제나 추상같았던 당신이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기억한다. ‘이의 있습니다!’ 외치던 당신의 불끈 쥔 주먹을 기억한다”며 “대통령님, 초선 국회의원 시절 첫 대정부 질문에 나선 당신은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안하고 하루하루가 신명나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 당신은 그런 대한민국을 꿈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구시대의 막내가 아니라 새시대의 밀알로 거듭난 당신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 또한 당신을 기억할 것. 민주주의를 키우고, 지역주의를 허물고, 남북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으로 영원히 새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노 대통령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소회도 전했다. 그는 “대통령님, 마지막 길을 나서기 전 비통한 심정을 토로하셨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 말씀하셨다”며 “하지만 우리 국민은 당신을 버리지 않았다. 당신의 꿈은 이미 우리의 꿈이 되었고, 그것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정 의장은 “당신이 못다 친 박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함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어떤 가치도 평화 위에 두지 않겠다는 당신의 말씀 깊이 간직하고 실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대통령님, 당신은 비록 떠났지만 당신의 향기는 더 큰 울림으로 남아 있다. 당신의 뜻을 받들고, 다듬고, 이어나가는 일은 이제 남은 우리의 몫”이라며 “부디 시민의 힘으로 열어나갈 대한민국의 새로운 내일을 지켜봐 달라. 지역주의와 냉전의 벽을 허물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마지막으로 “그러나 당신을 다시 깨우지는 않겠다. 이미 이곳에는 당신이 깨워준 우리가 있기 때문”이라며 “남아 있는 이들을 믿고 고이 쉬십시오. 대통령님의 영원한 안식과 여사님을 비롯한 유가족 여러분의 평안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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