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 등록이 활성화되면 사실상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과 같다는 입장이다. 등록된 임대주택은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없는 이상 임대의무기간 동안 재계약 거절이 불가능하고 연 5% 이내로 임대료 증액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주택재고 총 1988만채 중 임대용 주택은 595만채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임대료 인상(연 5% 이내)와 임대기간(4~8년)이 규제되는 등록임대주택은 79만채에 불과하다. 특히 전월세 세입자는 한집에 거주하는 기간이 평균 3.5년으로 짧고, 최근 10년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73% 뛰면서 심각한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임차인(세입자)들은 등록 임대주택에서 급격한 임대료 인상과 이사 걱정 없이 4년 또는 8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며 “잦은 이사에 따른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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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3억원짜리 전세 계약을 맺고 있는 임차인 A씨가 등록임대주택에 8년간 거주한다면 연간 약 2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등록 임대주택은 계약 때마다 5%의 임대료 증액 제한이 적용된다. 최근 전셋값 인상률을 감안해 산출한 전세보증금 대출금 이자비용 절감액은 연간 약 160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8년간 이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평균 거주기간이 3.5년인 일반 임차인들보다 이사비용과 중개수수료를 연간 약 40만원 절감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이번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세입자뿐만 아니라 집주인들도 세제 등 경제적 혜택을 받는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과 관련해 현행 국세 및 지방세 감면 혜택에 더해 재산세와 소득세 감면 대상을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필요경비율을 조정함으로써 등록 사업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특히 그동안 임대등록 의사 결정에 걸림돌로 지적된 건강보험료 부담을 완화해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토부는 작년 말 기준 79만채에 불과한 등록임대주택이 매년 20만채씩 늘어 2022년까지 200만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공적임대주택이 향후 5년간 85만가구 늘어 200만가구 목표를 달성하면 공적 규제가 적용되는 임대주택을 총 400만가구 확보하게 된다. 전체 임차가구 중 45% 가량이 사실상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적용을 받는 만큼 주거 안정이 강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등록임대 100만가구 증가는 공공임대 100만가구 확충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며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재정 및 기금 75조원을 절감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 임대 등록 활성화 3단계로 추진…2020년 이후 등록 의무제 도입
국토부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3단계로 나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내년에 추진할 1단계는 전세금 반환보증 활성화, 임대차시장 정보 인프라 구축, 양도세 중과 배제 및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록기준 조정, 주택임대차보호법령 개정 등이다. 2월부터 전세금 반환보증 관련 임대인 동의 절차를 폐지하고 4월까지 주택 보유 및 임대사업 현황 파악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다. 4월부터는 8년 이상 임대하는 주택에 대해서만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합산이 배제된다. 임대차계약 갱신 거절 통지 기간을 ‘계약만료 2개월 전’까지로 단축하고 최우선 변제 소액보증금을 상향하는 등의 임차인 권리보호 강화 방안은 내년 하반기 중 법 개정을 통해 시행할 예정이다.
2단계인 임대소득 과세 및 건보료 부과 정상화, 등록시 국세·지방세·건보료 감면 등은 2019년 1월부터 시행된다. 박선호 실장은 “세금 감면 등의 부분은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며 “내년 중 조치를 취해 2019년 시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2단계 시행 이후 임대주택 등록 성과나 임대차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해 2020년 이후 임대등록 의무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박 실장은 “정부는 임차인 권리보호 제도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정부의 추진 과제인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 등은 시장 상황 등을 보고 도입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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