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베인캐피탈 프라이빗에쿼티(PEF)가 국내 화장품 브랜드 AHC의 제조사인 카버코리아를 1년 만에 매각해 7배 달하는 시세 차익을 남기게 됐다. 유니레버는 카버코리아를 약 3조원(27억 달러)에 인수키로 했고, 이는 국내 화장품 업계 M&A 사상 최고가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지난해 6월 4300억원(5억 달러)에 인수한 카버코리아 지분 60%를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에 매각하기로 했다. 베인캐피탈 측은 적극적인 매수자인 유니레버가 나타났고, 임직원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해 계획보다 조기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매각가는 3조 500억원으로 지난해 투자금 대비 7배다. 배당수익 등을 포함하지 않은 투자금 대비 회수 비율(멀티플)로만 7배의 차익는 낸 것은 지난 10년간 M&A 역사에서 보기 드문 이례적인 딜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온 국내 화장품 기업의 몸값이 치솟으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니레버는 카버코리아를 인수한 결정적 이유는 중국 시장 공략용으로 분석된다. 베인캐피탈은 카버코리아 인수 이후 중국 지사 직원을 파견해 팀을 조직하고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주력해 왔다. 이에 카버코리아는 지난 4월 사드 사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다.
카버코리아는 지난 6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위생 승인을 얻었다. 아직 중국 시장 공략의 매출 증대 효과가 가시화 되기 전이라는 분석이다. 올 하반기 이후 내년에는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면서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
반면 유니레버는 지난해 3·4분기 중국 매출이 20% 이상 급감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니레버가 중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AHC를 적극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AHC의 기존 히트 상품은 ‘아이크림 포 페이스(Eye Cream for Face)’지만 추가적인 신제품 출시와 더불어 판매채널 확대 등으로 매출이 급증했다. 기존에는 홈쇼핑 위주의 판매에 주력했지만 올리브영 등 편집숍을 추가 채널로 뚫었다.
무엇보다 카버코리아는 국내 1위 아모레퍼시픽 다음으로 많은 물량을 화장품 원료 재조 업체에 주문해 가격 대비 품질을 높일 수 있다. AHC는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버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4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600억원 대비 3000억원(37%)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역시 1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번 딜로 국내 화장품 기업의 최고가를 갈아치운 베인캐피탈은 향후에도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성공 전략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베인캐피탈 관계자는 “카버코리아, 휴젤 등 중국 시장 공략이 가능한 기업에 투자해 해외 진출을 도왔다”며 “글로벌 사모펀드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