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자리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오가며 숨 가쁘게 진행됐던 6개월간의 국정농단 수사는 언론이 불을 지피고 촛불이 동력을 제공한 유례없는 수사다. 검찰로서는 등떠밀려 시작한 수사지만 박 전 대통령 구속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음으로서 체면치레를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구속하는 등 발군의 성과를 올린 특검팀은 역대 최강 특검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 정치권 특검 결정에 놀란 檢 특수본 출범
검찰이 본격적으로 국정농단 수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후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정점에 다다랐고 정치권은 10월 26일 특별검사제 도입을 결정했다. 하루 뒤인 10월 27일, 검찰은 조직 내 ‘넘버2’로 꼽히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는 독일 등 유럽 등지에서 도피생활 중이던 최순실(61)씨가 귀국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10월 31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최씨는 당일 긴급 체포됐다. 소환 당시 취재진과 시위대가 엉키면서 넘어진 최씨는 명품 신발 한 짝이 벗겨진 채 조사실로 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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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은 지난해 11월 20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박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으로 결론내리고 참고인에서 혐의가 뚜렷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1기 특수본은 수차례 박 전 대통령과 접촉하며 대면조사를 추진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는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헌법에 명시된 특권을 앞세워 검찰의 조사 요구를 외면했다. 결국 대통령 조사는 특검팀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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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검장 출신인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변호사는 11월 30일 특별검사로 임명됐다. 박 특검을 임명한 이는 박 전 대통령이었지만 특검의 수사대상이이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신 임명장을 수여하는 씁쓸할 상황도 벌어졌다. 국무총리가 특별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요죄 혐의로 수사를 벌였던 검찰과 달리 ‘뇌물죄 적용’에 방점을 찍은 특검팀은 삼성을 타깃으로 잡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공식 수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장충기(63)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과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을 불러 조사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특검의 첫 번째 체포·구속자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문형표(61) 전 국민연금이사장이었다.
특검팀의 가장 큰 위기는 1월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다. 법원은 당시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혐의가 제대로 소명이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기각했다. 특검이 삼성 수사에 올인 했던 상황이었기에 영장 기각은 더욱 뼈아팠다. 이대로 특검팀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특검팀에서 대변인 역할을 맡았던 이규철 특검보는 “영장 기각 후 수사팀이 격앙돼 ‘아예 오전에 기소를 해버리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 관광부 장관을 같은 달 20일 구속하면서 분위기를 추슬렀다. 해박한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법망을 피해온 김 전 실장과 현직이었던 조 장관을 동시에 구속시키면서 특검팀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절치부심한 특검팀은 2월 14일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영장기각 후 26일 만이었다. 특검팀은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다시 한 번 정면 돌파를 택했지만 다시 기각될 경우 사실상 모든 수사 동력이 잃게 된다는 위험 부담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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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황 권한대행이 수사연장 신청을 거부하면서 2월 27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뇌물죄, 이화여대 학사비리,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수사하며 무려 30명을 기소해 ‘역대급 특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못한 것,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 구속에 실패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 헌재 탄핵 결정으로 민간인 된 朴…검찰 수사 급물살
특검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2기 검찰 특수본의 과제는 3개로 압축됐다. 박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 그리고 SK·롯데 뇌물죄 수사였다. 특검팀이 수사기간 연장 실패로 인해 들여다보거나 보강하지 못한 부분이다.
기록 검토에 매진하던 특수본은 지난달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다시 가속 페달을 밟았다. 헌재의 결정으로 박 전 대통령이 ‘민간인’이 됐기 때문에 더 이상 수사를 지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소환시기도 조사방법도 우리가 정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 포토라인에 선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두 마디만 남긴 채 조사실로 향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6일 장고(長考) 끝에 지난달 2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결정다. 김 총장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게 영장을 청구한 첫 검찰총장이 됐다. 1기 특수본과 특검팀이 수사한 내용이 담긴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는 무려 92페이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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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5번의 옥중조사를 실시한 검찰은 17일 박 전 대통령 기소하고 수사를 종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무려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농단 수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검찰은 구속에 실패한 우 전 수석도 이날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