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1344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앞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 만큼 주택담보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까지도 부실화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7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지난달 23일 열린 거시 금융안정상황 점검회의 의사록을 보면 A 금통위원은 “분양되거나 완공되는 주택 수가 점차 늘어나는 반면 주택 실질 수요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며 “앞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B 금통위원은 은행 등 금융기관 역시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확대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가계와 기업의 신용이 부동산 부문에 쏠려있다보니 금융기관까지도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향후 부동산 경기의 향방이 금융안정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주택가격의 변화가 금융부문과 상호작용해 부동산 관련 여신의 경기순응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에 대비하고, 민간신용 사이클과 부동산 가격 사이클을 결합해 금융안정상황을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C 금통위원은 “2014년 하반기 이후 가계신용이 급증했는데도 주택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는데 인구 고령화, 전세의 월세 전환 등 구조적 변화에도 기인한다”며 “구조 변화가 주택가격에 미친 영향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처분 가능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9.0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29.2%를 훌쩍 넘는다.
D 금통위원은 “그 배경엔 가계의 소득 증가는 제한적인데 △전세의 월세 전환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자영업 전환에 따른 가계대출 수요 증가 등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다”며 “가계부채가 연착륙하려면 이 비율이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 금통위원 역시 이에 공감하며 “여러 요인을 고려해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중장기 전망과 안정적 관리 방안을 심층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여러 각도에서 깊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F 금통위원은 “고소득·고신용 차주나 가구의 부채 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가계부채 상황이 양호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다양한 기준에 따라 가계부채 누증 위험을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G 금통위원 또한 “최근 상호금융 대출이 급증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자산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또 다른 위원은 “제2 금융권의 가계부채 현황을 적시에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통계를 속보성 있게 편제해야 한다”고 봤다.
이와 함께 기업 신용 증가세가 둔화하는데도 재무건전성 지표가 나아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위원은 “이는 단기적 현상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고 통화신용정책의 파급경로도 제약될 수 있다”며 “기업에 대한 자금중개기능 약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번 회의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올해부터 연 12회에서 8회로 축소되면서 이를 대체해서 처음으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