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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변호사는 2016년 이 씨가 서울시교육감과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해당 사건은 1심에서 원고 승소했지만 2심에서 권 변호사가 변론기일에 3차례 출석하지 않으며 2022년 11월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민사소송법상 2심 소송 당사자가 재판에 2회 출석하지 않으면 1개월 이내에 기일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때 기일 지정을 신청하지 않거나 새로 정해진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한다.
권 변호사 측은 이같은 2심 결과를 이 씨에게 뒤늦게 알리면서 상고기간 마저 도과, 원고 패소가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권 변호사 측은 이 씨에게 패소한 사실을 이듬해 알리면서 2023년 말부터 3년 간 매년 말까지 각각 3000만원, 총 9000만원을 지급키로 하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작성해 교부했다.
다만 이 씨는 권 변호사 측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로서는 관련 민사사건의 승패를 떠나 위와 같은 기회 상실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므로, 피고는 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권 변호사 측이 이 씨에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서 이 씨는 기존 손해배상 청구와 더불어 앞서 권 변호사 측과 약정한 이행각서에 따라 약정금 청구를 추가 제기했다. 2심은 1심과 판단을 같이 하며 위자료 6500만원을 지급하라 판결하면서도, 이행각서에 따른 약정금 청구 부분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행각서에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지는 않지만 ‘권 변호사 측 잘못이 언론 기사화 등으로 확산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 약정’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소 제기 직전에 언론사 기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먼저 이 사건을 이야기함으로써 결국 언론 기사화돼 보도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즉 약정 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이행각서에 따른 약정금 청구는 이유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 “원심(2심)의 판단에 소송물, 처분권주의, 위자료 산정, 상당인과관계, 소멸시효, 청산금 반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헤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2심의 위자료 6500만원 지급 판결을 확정했다.
약정금 청구 부분에 대해선 이행각서상 ‘언론 기사화’ 등 약정금 지급 조건이 명시되지 않았단 점에서 약정을 이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이행각서에 약정금 지급의 조건은 전혀 명시돼 있지 않으며 지급조건 존재 여부의 해석이 문제될 정도의 관련 문언도 기재돼 있지 않다”며 “피고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로서 처분문서 작성의 의미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지급조건을 이행각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고, 처분문서의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법원은 그 처분문서에 기재돼 있는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