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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간 마라톤 협상에도…한일 관계 악화에 수출규제 해소 '제자리'

김상윤 기자I 2020.03.11 15:57:33

양국, 수출관리 개선책에 긍정적 평가
3대품목·화이트리스트 배제 해결 노력 명시
양국관계 악화에 규제 해소 결론 도출 못해

이호현(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종합상황실에서 이다 요이치(화면 하단 중간)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을 비롯한 양국 정부 대표단과 영상을 통해 ‘제8차 韓日 수출관리정책대화’를 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한일 양국이 3개월 만에 다시 일본의 수출규제 이슈를 두고 논의를 재개했지만, 딱 부러진 성과물을 내지 못한 채 종료했다. 향후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품목 규제 및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 배제 문제에 대해 소통을 지속한다고 양국 공동 보도자료에 명시한 정도가 그나마 성과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오전 10시부터 11일 오전 1시50분까지 16시간 동안 정부서울청사 별관 종합상황실에서 일본 경제산업성과 제8차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영상으로 개최했다. 한국에서는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 일본에서는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와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다.

양측은 최근 한국의 수출관리 제도 개선을 포함한 양국의 법적 및 제도적 수출관리 역량 강화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문구를 공동 보도자료에 담았다. 앞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6일 한국은 일본이 수출규제 사유로 들었던 부분에 대해 개선책을 마련한 만큼 일본은 조속히 원상회복을 해야 한다고 압박한 게 어느 정도 주효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산업부는 앞서 재래식 무기 캐치올(대량파괴무기 등으로 전용 가능성이 높은 물품을 수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 통제의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수출통제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하고 수출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외무역법 개정안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일본이 문제로 삼은 한국 수출통제 인력과 조직의 취약성과 관련해선 전략물자관리원의 인력을 14명(25%) 증원하고 산업부 내 무역안보 관련 조직도 ‘과(무역안보과)’ 단위에서 ‘국 단위’ 정규 조직으로 개편하고 인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양국은 수출 관리 등이 효율적으로 이루어 지도록 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최근 국제 안보 환경을 고려해 각국의 책임과 재량을 바탕으로 양국 수출관리의 실효성을 지속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양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품목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재래식무기 캐치올, 수출관리 조직·인력보강 등 그간 논의해 온 양국 현안 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대화와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이 공동보도자료에 이 문구를 구체적으로 담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은 수출 규제를 전향적으로 풀겠다는 의사표시는 없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입국제한 조치로 양국 관계가 급랭하면서 성과 도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대화 이전부터 제기되기도 했다. 애초부터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가 일본 수출 규제의 원인이었는데, 코로나19사태로 외교 상황이 더욱 악화된 탓이다.

이호현 무역정책관은 “양국의 수출 관리 제도 및 운영에 대해 상호 이해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어느정도 공감대는 형성했다”면서 “우리는 충분히 설득했다고 보지만, 약간의 이견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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