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눈에 띄는 것은 한·미간 공조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 전화통화에 이어 다음날 한·미 외교장관 통화가 이어졌고, 6일에는 한·미 북핵 협상 수석대표간 회동이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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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5일 미국측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응을 협의하기 위해 2박 3일간 미국을 방문한다. 이 본부장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가서 비건 대표와 미국 행정부에 관련되는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라며 “그 과정에서 지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서 함께 분석하고 한·미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가운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양측 수석대표의 첫 대면 접촉인 만큼 이 본부장은 우선 미국측으로부터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듣고, 양측의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언급한 남·북·미 1.5트랙(반관반민) 협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제시한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북·미간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방안과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 다각도로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본부장이 미국 행정부 관계들을 만나겠다고 언급한 점도 남북 경제협력 관련 제재 완화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공조와 대북 협상 전략을 긴밀히 논의하기 위해 실무급은 물론 장관급·정상급 회담을 개최하자는 데 양국이 공감대를 확인한 만큼 대략적인 일정 조율도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의 경우 현재로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추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도 북한에 이른 시일 내에 협상이 재개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비록 아직 확약된 바는 없지만 향후 수주 내(next couple weeks)에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에 대한 부담감으로 당분간 북·미간 접촉이 비공개로 진행될 수도 있다.
◇ 김정은 5일 평양 복귀 후 ‘잠잠’…美 대화 요청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
북한측은 특별한 입장 표명 없이 잠잠한 모습이다. 정상회담 결렬 직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 회견에 반박하며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으나,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는 입장 표명 이후 이렇다할 발언이 없는 상태다. 북한 매체들은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귀국에 대한 찬양을 할 뿐 구체적인 회담 성과나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지도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북한 매체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는 김 위원장의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스스로도 이번 회담 과정에서 밝혔듯이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먼 길을 떠났으나, 빈 손으로 돌아온데다 향후 북미협상 쟁점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에 나온 양측 주장을 보면 충분히 한 발자국씩 양보해서 풀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다만 북한 입장에서는 영변 등을 폐기 한다고 하면 불가역적이 되는 건데, 제재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 지키지 않는다고 하면 충분히 다시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조치들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제는 양 정상이 직접 원하는 것이 뭔지를 다 언급했기 때문에 판이 커져서 ‘스몰딜’을 하기는 어려운 구조다”라며 “다음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이번에 나온 방안들을 가지고 구체적인 로드맵에 대한 합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측이 이번 회담 과정에서 ‘영변 지구 핵 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가지를 더’를 끝까지 주장했고 이로 인해 회담이 결렬됐다고 밝히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위 ‘+α’로 △영변 외 핵시설에 대한 폐기 △포괄적인 핵신고와 검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불분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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