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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포스트 하노이’… 이도훈 미국行·폼페이오 “수주내 협상팀 평양 파견”

장영은 기자I 2019.03.05 16:45:53

한·미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움직임 본격화
긴밀한 한·미 공조 속 북·미간 협상도 재개
북미간 이견 큰 '+α'에 관심…미국 내 정치상황도 변수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협상 결렬의 충격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2.27~28)은 당초 기대와 달리 공동선언문 도출에 실패했지만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공감대 하에 후속 협상과 회담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한·미간 공조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 전화통화에 이어 다음날 한·미 외교장관 통화가 이어졌고, 6일에는 한·미 북핵 협상 수석대표간 회동이 있을 예정이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를 하기 위해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이도훈-비건’ 라인 재가동…폼페이오 “수주 내 북미 협상 재개 희망”

우리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5일 미국측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응을 협의하기 위해 2박 3일간 미국을 방문한다. 이 본부장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가서 비건 대표와 미국 행정부에 관련되는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라며 “그 과정에서 지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서 함께 분석하고 한·미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가운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양측 수석대표의 첫 대면 접촉인 만큼 이 본부장은 우선 미국측으로부터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듣고, 양측의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언급한 남·북·미 1.5트랙(반관반민) 협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제시한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북·미간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방안과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 다각도로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본부장이 미국 행정부 관계들을 만나겠다고 언급한 점도 남북 경제협력 관련 제재 완화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공조와 대북 협상 전략을 긴밀히 논의하기 위해 실무급은 물론 장관급·정상급 회담을 개최하자는 데 양국이 공감대를 확인한 만큼 대략적인 일정 조율도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의 경우 현재로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추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도 북한에 이른 시일 내에 협상이 재개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비록 아직 확약된 바는 없지만 향후 수주 내(next couple weeks)에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에 대한 부담감으로 당분간 북·미간 접촉이 비공개로 진행될 수도 있다.

◇ 김정은 5일 평양 복귀 후 ‘잠잠’…美 대화 요청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

북한측은 특별한 입장 표명 없이 잠잠한 모습이다. 정상회담 결렬 직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 회견에 반박하며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으나,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는 입장 표명 이후 이렇다할 발언이 없는 상태다. 북한 매체들은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귀국에 대한 찬양을 할 뿐 구체적인 회담 성과나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지도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북한 매체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는 김 위원장의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스스로도 이번 회담 과정에서 밝혔듯이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먼 길을 떠났으나, 빈 손으로 돌아온데다 향후 북미협상 쟁점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에 나온 양측 주장을 보면 충분히 한 발자국씩 양보해서 풀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다만 북한 입장에서는 영변 등을 폐기 한다고 하면 불가역적이 되는 건데, 제재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 지키지 않는다고 하면 충분히 다시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조치들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제는 양 정상이 직접 원하는 것이 뭔지를 다 언급했기 때문에 판이 커져서 ‘스몰딜’을 하기는 어려운 구조다”라며 “다음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이번에 나온 방안들을 가지고 구체적인 로드맵에 대한 합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측이 이번 회담 과정에서 ‘영변 지구 핵 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가지를 더’를 끝까지 주장했고 이로 인해 회담이 결렬됐다고 밝히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위 ‘+α’로 △영변 외 핵시설에 대한 폐기 △포괄적인 핵신고와 검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불분명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오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회담 결과를 공유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하고 그 결과를 말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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