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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총수 물러나라" 폭염속 마스크 쓴 아시아나 직원들

김범준 기자I 2018.07.20 20:51:16

20일 4차 촛불집회 ‘OZKA면(오죽하면) 이러겠니’
아시아나(OZ)·지상서비스협력사(KA) 첫 연대집회
직원연대, “기내식 대란 책임질 때까지 계속할 것”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 직원 격려 이어져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을 규탄하는 직원들의 4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황현규 기자)
[이데일리 김범준 황현규 기자] ‘기내식 대란’ 사태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촉구하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폭염을 뚫고 4번째 거리로 나섰다.

20일 전국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와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4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서울의 최고 기온은 35도를 기록했다.

행사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이전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검정 계열 옷 혹은 유니폼에 ‘가이포크스’ 가면을 비롯한 각종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 등을 착용하고 속속 모여들었다.

참여 인원은 150여 명(주최 측 추산)으로, 지난 6일 첫 집회(200명)와 14일 3차 집회(300명) 때보다 소폭 줄었다. 저조한 참여로 행사도 당초 시각보다 30분 늦은 오후 7시 30분에 시작했다.

이날 집회는 ‘OZKA면(오죽하면) 이러겠니’라는 명칭으로 열렸다. ‘OZ’는 아시아나항공을, ‘KA’는 아시아나항공 내 지상여객서비스를 담당하는 협력사를 의미한다.

기내식 대란 사태 이후 하청업체 KA의 급여 등 처우 문제도 함께 불거지면서 이날 처음 함께 집회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14일 청와대 분수대 앞 3차 집회 땐 대한항공 직원연대와 처음으로 연대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행사 역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업체 샤프도앤코코리아의 협력사 화인CS 대표 고(故) 윤모씨에 대한 추모로 시작했다. 윤씨는 지난 2일 기내식 공급물량 차질에 대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심규덕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의 “오늘은 회사를 규탄하기 보다 어떻게 우리 회사를 바꿔 나갈 것인가에 대한 발언을 해달라”는 말과 함께 참여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첫 자유발언을 맡은 한 승무원은 “비행 시 VIP손님들의 짐을 나르는 등 잡일을 하느라 본연의 여객 서비스 업무를 못한다”며 “노조가 교섭하면 개선되는 게 많다. 망설이지 말고 용기 내 달라”고 호소했다.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아시아나항공 경영진 규탄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에서 운송업무를 담당한다고 밝힌 신태호 전 노동조합위원장은 “박삼구 회장이 퇴진만 하면 (곧 바로) 좋은 회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인사적체와 조직운영 문제 등을 바꿔 나가야 진정 바람직한 아시아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집회 때와 같이 이날도 시민들의 참여는 이어졌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천모(73)씨는 “TV 보도를 보다가 너무 분해서 나왔다”면서 “(사측의) 갑질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39 OUT!’ ‘아름다운 우리가 바꾸자 아시아나’ ‘침묵하지 말자’ ‘I ♥ 아시아나’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직원들이 욕받이냐 더이상은 못참겠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직원 등 1000명이 모인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는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지난 1~3차 집회에 모두 참석했다고 밝힌 한 승무원은 “오늘은 사정상 멀리서 응원하지만 마음은 광화문에 가 있다”며 “(날씨가) 더운데 다들 힘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승무원들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현장 집회를 응원하는 메모를 남겼다.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의 4차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직원들이 SNS등을 통해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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