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예산정책처가 20대 국회 개원을 맞아 발간한 ‘주요국의 재정제도’ 등에 따르면 미국 국회 예산 심의에 있어서 대통령이 제출한 정부 예산안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미국 국회는 정부 예산안에 대한 무제한의 수정 권한과 독자적 예산 편성권을 가진다.
미국은 예산법이 제때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국방·치안·교통 등 국가 운영의 필수 분야 일부를 제외하고는 연방정부 자체를 폐쇄(셧다운·shutdowns)해야 한다. 예산 통과가 안 돼 준(準)예산 편성사태까지 간 적이 한 차례도 없는 우리와 달리 미국은 1974년 ‘의회예산 및 지출거부통제법’이 통과된 이래 총 20차례나 셧다운이 이뤄졌다.
미국 국회는 상·하원에 각각 설치된 예산위에서 매년 예산한도결의안을 작성·의결해 본회의에 제출한다. 또 신규 예산권한·지출 관련 심사업무를 각 상임위에 배분하고 기존 사업이나 새로운 사업이 전체 세출 규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상원에만 있는 상임위인 세출위는 재량지출 집행을 위한 세출법안을 검토하고 예산위에 전체 지출규모에 대한 ‘검토 및 추계 보고서’를 제출한다. 세출법안에 수반되는 보고서에 세출지침 및 방향을 제시하고 예산결의안의 지출한도액을 12개의 소위원회에 중복되지 않도록 배분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반면 이원집정부제 국가인 프랑스는 국회 예산수정권이 세입 증액·세출 삭감 외에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등 예산에 대한 국회 권한이 협소하다는 평가다. 프랑스 국회는 상·하원이 각각의 재정위를 운영하고, 정부가 제출한 예산법안은 먼저 하원에서 1차 심의한 뒤 상원으로 간다.
영국 국회는 재무위, 일본은 중의원의 예산위·결산행정감시위와 참의원의 예산위·결산위, 독일은 하원의 예산위·재정위와 상원의 재정위를 통해 예산 관련 심의 업무를 수행한다. 다만 국회 내 다수당이 중심이 돼 내각을 구성하는 이들 의원내각제 국가의 경우 국회가 갖는 실질적인 예산 관련 권한은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영국·독일은 예산편성권이 내각에 있고 국회의 예산수정권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일본은 예산위가 예산안 수정발의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정부 예산을 크게 수정할 수 없다는 암묵적 합의가 관행으로 정착돼 있다.
이처럼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등 각국의 정치제도·문화에 따라 국회의 예산 관련 기능·역할·위상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다만 비(非)예산법률주의 국가인 일본 정도의 예외를 제외한 주요 선진국은 예산법률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국회 상임위를 통해 예산을 심의하고 통제한다는 기본원칙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
우리도 결국 선진국 국회처럼 예산법률주의 기초가 되는 예결위 상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핵심관계자는 2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예결위 상설화는 꾸준히 나왔던 얘기”라며 “국회 기능을 활성화하고 예산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예결위를 상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국회 개혁 차원에서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쉽지 않다”며 “국회법을 개정하고 21대 국회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