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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경영자총연합회(경총)가 ‘비정규직’을 두고 정부에 각을 세우다 봉변을 당한 터라,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납작 엎드려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속으로 마음만 졸이고 있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더는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날 발표된 일자리위원회의 ‘100일 계획’과 관련해 “지켜보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식 반응은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경제단체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정규직만 뽑는다면 자칫 고용시장이 경직될 수 있다”며 “기업 상황과 글로벌 경기를 고려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노조 등 기존 정규직 근로자의 양보 없이 대기업에만 일방적으로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도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비정규직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없이 연일 파상공세를 쏟아붓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지만, 공식 반응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용섭 부위원장이 대기업을 꼭 집어 “쉽게 해고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쓰고 있다”고 몰아세운 발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사안을 보다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임직원을 고용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시장과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초점을 두는 것은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기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10년을 내다보고 탄력적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획일적인 정책으로 기업들을 옥죌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환경과 기업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맞춤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