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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올해 7월 희림건축을 사기 미수와 업무방해·입찰방해 혐의로 서울강동경찰서에 고발했다. 희림건축이 압구정 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3(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사 공모에 응하는 과정에서 제출한 설계안을 문제로 삼았다.
희림건축이 제시한 용적률(360%)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기준(용적률 300%)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층 설계가 들어서는 제3종일반주거지에 임대세대를 배치하지 않아 ‘소셜믹스(분양 물량과 임대 물량을 같이 시공하는 정책)’를 어기기도 했다.
이후 압구정3구역은 조합원 총회를 거쳐 희림건축을 설계자로 선정했다. 희림건축이 조합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서 입찰과 투표를 방해했다는 게 시의 입장이었다.
사건을 수사한 강동경찰서는 시의 고발 사건을 검토한 결과 지난달 31일 희림건축에 불송치 처분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경찰의 검찰 불송치 처분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 내려진다.
현재 압구정3구역은 설계자 재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시는 이 사건 이후 조합에 대한 12차례 현장 감사를 진행하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설계자를 다시 뽑지 않으면 수사를 의뢰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시와 협조하지 않으면 더는 정비사업을 진행하지 못할 처지에 놓인 조합은 결국 설계자 재공모를 결정한 것이다.
지난 6일 설계자 공모를 마감한 결과 희림건축·나우동인 컨소시엄과 해안건축이 재차 도전장을 내밀었다. 희림건축이 발목을 잡던 형사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면서 이번 선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압구정3구역 조합으로서도 형사사건 리스크를 가진 설계자를 정비사업 파트너로 삼는 데 대한 부담을 던 측면이 있다.
시는 형사사건과 별개로 행정제재(영업정지)를 추진했지만 명분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서울시는 설명자료를 내어 “현재 희림건축은 윤리 강령 위반 이슈로 건축사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있다”며 “경찰의 무혐의 처분과 별개로 (행정상) 징계는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