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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닝크 CEO는 오는 16일 경기도 화성시에서 열릴 ASML ‘뉴(New) 캠퍼스’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약 24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4년 12월 완공될 ASML 화성 뉴 캠퍼스는 ASML이 해외 지사에 단행한 첫 투자다.
뉴 캠퍼스에는 ASML 코리아 신사옥을 비롯해 심자외선(DUV)·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관련 부품을 재사용할 수 있는 재(再)재조센터와 ASML 직원과 국내 대학생 등에 최신 장비 관련 교육을 진행할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가 자리잡을 예정이다. 또한 반도체 제조 공정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익스피리언스(체험) 센터’를 마련해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와의 상생도 모색한다.
베닝크 CEO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고객 비즈니스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기술이 더 복잡해질수록 고객과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과 보다 가까이 있으면서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고, 한국에 있는 많은 협력사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10년간 약 1400명을 국내에서 신규 채용할 계획도 밝혔다.
ASML은 초미세공정을 도입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EUV 노광장비 한 대를 생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고 가격도 비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장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인텔, TSMC까지 ASML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ASML은 ‘슈퍼 을(乙)’로 불리고 있다.
베닝크 CEO는 장비 수급 상황에 대해 “내년 경기 침체를 겪을 전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또 장비 리드타임이 침체기보다 더 길 것으로 예상돼 주문량이나 출하량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제조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재제조센터를 통해 향후 5~10년간 기술을 이전하고 동시에 연구개발(R&D)도 점차 늘린다면 (한국에서) 제조 기반을 확장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재제조를 통해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고, 국내 협력사 기반을 더욱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제조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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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로 진행될 뉴 캠퍼스 기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만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베닝크 CEO는 “그(이재용 회장)와 나는 오랜 친구”라며 “반도체 산업과 전망 등 광범위한 이야기와 사적인 이야기를 모두 나누곤 한다”고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베닝크 CEO는 향후 반도체 산업이 10년간 고속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고물가와 에너지 부족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반도체 산업이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을 9%로 제시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규제에 대해서는 “한국이나 일본, 대만, 유럽 등 시장이 다각화해 있어 ASML이 직접적으로 입는 영향은 거의 없지만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매출의 5%가량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 몇 개월 동안 면밀히 지켜보며 업데이트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