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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25년간 증권업에 일하면서 30%대 기준금리부터 지금의 1.25%까지 모두 겪어봤습니다. 이제 은행이자만으로 자산증식이 어려운 시대입니다. 이는 곧 우리에겐 기회입니다. 우리와 꿈과 열정을 함께할 파트너를 찾습니다.”
소나기가 세차게 퍼붓던 8일 오후. 점심시간이 채 끝나지 않은 1시 전부터 한국투자증권 취업설명회가 열리는 서울대학교 멀티미디어동에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약 200여석의 자리는 가득 채워졌고 그 사이로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이 단상 위로 올라섰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발표자로 나서 채용설명회를 진행하는건 이례적이다.
가장 먼저 금융, 특히 증권업의 본질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예금을 받아 대출해주는게 아닌 잘될 회사를 골라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게 해주고 투자자들에겐 더 많은 수익을 돌려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 1.25%로 매우 낮아 자산운용이 어려운건 사실이지만 이는 국내외 채권과 부동산 등 많은 대상에 투자하는 증권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달콤한 말로 학생들의 지원을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고된 직장인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증권사는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 움직이는 곳”이라며 “월, 화, 수, 목, 금, 금, 금이 될 수 있고 실제 야근도 많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필요한건 신입사원이 아니라 힘든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배우자고 그만큼 보상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CEO인 자신이 증권업계 연봉으로 상위 5위 안에도 못드는 만큼 성과에 대한 보상이 이뤄진다는 것.
강연 후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수십명의 학생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증권사 분석 업무가 AI에 의해 점점 기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PC가 처음 보급됐을 때 모두가 사무직 직원들은 다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가 할 일은 더 많아졌고 사람은 더 늘었다”며 “단순한 계산이 아닌 그것을 보고 인간이 판단해야할 업무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증권사 리서치 업무는 과거 특정 종목을 분석했다는게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주식과 채권, 석유가격 등 모든 자산을 연구해 어떻게 하면 좀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자산배분 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증권사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미래에셋대우와 같은 대형 증권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부회장은 “회사 규모보다는 내실이 더 중요하다”며 “몸집이 커져서 그만큼 역량을 발휘해 성장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해악만 부릴 수 있는건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대해서는 “검토하고는 있지만 매력적이진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아시아 시장에 초점을 맞춘다”며 “같은 한자권에 문화적 동질성이 있는 아시아, 그중에서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해 아시아 넘버1 증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업황에 관계없이 매년 100명 안팎의 신입 사원을 뽑고 있다. 작년에 80명을 선발한 데 이어 올해도 100여명의 신입 사원을 뽑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