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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집중호우 때 지자체가 침수·도로통제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기 바랍니다.”
인천에서 지난 8일 200㎜ 이상의 비가 쏟아져 도로가 침수되고 차량 운행이 통제되는 곳이 잇따라 발생했다.
장대비가 내리던 이날 낮 12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계양구 작전동 토끼굴 도로가 침수로 통제됐다가 비가 계속 오자 오후 5시50분께 1차례 더 통제가 이뤄졌다. 중구 운서2교도 낮 12시35분부터 1시간 동안 통제됐고 미추홀구 경인고속도로 지하차도는 낮 12시40분부터 3시간30분간 차량 운행이 금지됐다. 남동구 남동공단 입구 삼거리는 오후 9시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0시20분까지 통제가 실시됐다. 부평구 부평경찰서 앞 도로는 낮 12시30분부터 1시간 통제됐고 오후 8시40분에 1시간 동안 다시 차량 운행이 금지됐다.
이때 시민들은 어디에서, 언제까지 도로가 통제되는지 알지 못했다. 인천시나 군·구가 교통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로 통제는 군·구와 경찰이 담당하고 인천시는 상황보고를 받는다.
인천시는 이번 폭우와 관련해 8일 오후 8시24분께 ‘밤사이 많은 비가 예상되니 피해에 유의 바란다’는 휴대전화 안내문자를 시민에게 1차례 보냈다.
또 9일 오후 9시36분께 ‘내일 아침까지 많은 비가 예상되니 침수피해, 출근길 안전에 유의 바란다’고 안내문자를 1차례 더 발송했다. 2차례의 문자에 교통정보는 담기지 않았다. 시가 별도로 시민에게 교통정보를 제공한 것은 없었다.
폭우로 침수피해가 심했던 인천 부평구, 미추홀구, 남동구 등도 주민에게 교통정보 안내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반면 경기 부천시는 8일 오후 1시33분께 비 피해가 심해지자 ‘집중호우로 소사로 일부 구간 서울·부천 양 방향 차량 통행이 어려우니 우회도로를 이용하기 바란다’고 시민에게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인천시민은 언론사 뉴스 외에는 교통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다. 폭우가 내리는 상황에 침수되거나 통제된 도로 주변에서 운전하고 차량에 탑승한 시민은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이 피해를 입었다.
승용차 운전자 윤모씨(38)는 “8일 낮 1시께 부평경찰서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도로가 침수된 것을 알고 긴급히 유턴했다”며 “도로가 침수됐는데도 지자체가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시민의 피해가 더 컸다”고 지적했다.
버스 이용객 김모씨(45·여)는 “집중호우로 교통상황이 위험할 때는 지자체가 미리 휴대전화 안내문자를 보내줬으면 한다”며 “그래야 미리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교통정보 안내문자 제공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부평구는 “정부의 재난 문자·방송 운영지침상 도로 침수·통제 정보는 안내문자 대상이 아니다”며 “지침을 위반하면 감사 등의 페널티를 받기 때문에 안내문자를 보낼 수 없다”고 밝혔다. 남동구는 “관련 부서와 논의해 개선하겠다”고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