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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17일 오후 한 후보자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한 장관과 김 장관의 임명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의 재송부를 16일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쯤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어제까지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안 왔기 때문에 출근해서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회에 한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16일까지 송부 해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국회 법사위는 지난 9일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으나, 여야의 대치 국면 속에 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됐었다.
한 후보자의 임명은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부담을 주는 사안이다. 거야(巨野)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기류가 강해서다. 이런 탓에 한 후보자의 임명은 향후 정국 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에도 악영향을 끼칠 여지가 크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한덕수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인준안 처리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16일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 전 사전환담에서 한덕수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 협조를 부탁했을 때도 야당은 화답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한덕수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를 위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카드를 활용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 후보자는 자녀 편·입학 특혜 의혹 등으로 낙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야당의 ‘낙마 0순위’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도 이날 정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해 한 후보자와는 온도차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아직 임명 안 한 후보자들이 몇 분 있죠? 좀 더 검토해보겠다”며 여론의 추이를 더 지켜보겠다고 시사했다.
윤 대통령의 한 후보자 임명으로 향후 정국도 안갯속으로 빠졌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국민의힘 의원 전원과 함께 참석하기로 하면서 해빙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에도 한 후보자 임명으로 정국은 당분간 냉각기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野 “협치 기대하지 마라” 반발
야당은 한 후보자의 임명 강행 기류에 반발하고 있다. 신현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한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야당과의 소통, 협치는 저 멀리 내팽개쳐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통령’, ‘왕장관’으로 불리는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라며 “야당이 뭐라고 하든, 국민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든 ‘주머니 속 장기말’처럼 쓰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 대변인은 협치는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과 이 막장드라마를 아무 말 없이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민주당에 협치를 요구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앞으로 국회를 어떻게 대할지, 야당과 어떻게 협치를 할 것인지, 정말 협치를 할 생각은 있는지 밝히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현재까지 18개 부처 중 16개 부처 장관을 임명했다. 남은 2개의 부처 중 교육부 장관은 김인철 후보자의 자진사퇴 이후 미정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