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망을 두고는 견해가 엇갈린다. 시장에 대형 매물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열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반면 인플레이션(물가인상) 우려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시장 분위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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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이데일리가 하나금융투자에 의뢰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기업 경영권 인수 거래액(잔금 납입 완료 기준)은 51조7515억원을 기록했다. 한해 전인 2020년 M&A 거래 금액(26조9612억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로 82조8450억원을 기록했던 2015년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특히 2조원을 웃도는 ‘메가 딜(Mega Deal)’이 7건이나 체결되며 거래 건수 감소를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000660)의 인텔 낸드 사업 부문 인수가 거래액만 10조6740억원에 이르는 메가톤급 딜로 기록됐다. 미국 처브사(社)에 5조원에 매각된 라이나 생명과 이베이코리아(3조4400억원), 넷마블이 인수한 카지노게임사인 스핀엑스(2조6260억원), 두산공작기계(2조4000억원), 대우건설(2조1000억원), 미국 매치그룹이 인수한 하이퍼커넥트(2조원) 등이 2조원을 웃도는 거래로 기록됐다.
이들 대형 거래가 시장 전체 열기를 견인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이뤄진 조단위 거래 15건의 거래 규모는 총 39조6450억원으로 같은 기간 M&A 전체 거래 금액(51조7525억원)의 76%를 차지했다. 거래건수(2020년 247건→2021년 391건)가 비약적으로 늘지 않았음에도 전체 거래 규모가 2배 가까이 급증한 원동력을 두고 대형 딜의 등장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과감해야 할 때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다른 운용사들과) 일치하지 않았나 싶다”며 “업사이드(성장여력)가 있다고 판단되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매물에 대한 열기도 전체 시장 열기를 논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온라인 채용 플랫폼인 잡코리아(9000억원)과 이베이코리아(3조4000억원),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7100억원), 문피아(1700억원), 타파스(6000억원), 래디쉬(5000억원)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아카이브(누적 콘텐츠) 기반 매물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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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패러다임 출현…분위기 지속 여부 관심
자본시장에서는 지난해를 ‘기존 투자 패러다임을 뒤흔든 분기점’으로 꼽고 있다. 건물이나 공장 등 유형 자산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누적 콘텐츠나 빅데이터에 후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본시장을 넘어 시대가 귀하다고 여기는 가치의 대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싼 값에 사서 비싸게 파는 게 전략’인 PEF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온라인 플랫폼은 데이터나 콘텐츠가 쌓일수록 가치를 인정받는 구조다 보니 투자 대비 거둬들일 수익 비율에 기대를 걸어 볼 수 있다. 인력 부담도 적은데다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변화를 줄 수 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 매물은)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보다 잠재력이 훨씬 더 큰 산업으로 분류하는 분위기”라며 “고가에 잡은 것 아니냐는 우려에도 실제 원매자들은 자신감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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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위기를 속단하기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까지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경우 M&A 열기가 식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동성이 마를 것에 대비해 PEF 운용사들이 중위험·중수익 기조 ‘크레딧펀드’(사모로 자금을 모아 대출,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쏟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던 PEF 운용사들이 보유 매물에 대한 엑시트(자금회수)에도 나서야 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공교롭게도 앞서 언급한 조단위 매물 모두 PEF 운용사들의 포트폴리오라는 점에 눈길이 쏠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매물 인수에 대한 의지가 적지 않아 투자설명서 배포 단계부터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결국 매물의 경쟁력이 중요한데 자칫 장기화로 치닫을 경우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