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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 활성화]"너무 높은 상속세...편법승계 유혹 부채질"

임현영 기자I 2019.05.28 19:57:51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토론회
10년간 고용 유지...업종변경도 안돼
中企 오너들 공제요건 듣고는 포기
순환출자 등 편법에 눈길 가도록 해

28일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민 연세대 법무대학원 교수,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정구용 한국상장사협의회 회장,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 원장,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회계사들이 중소기업 오너들에게 가업 상속 공제 요건을 자세히 설명해주면 웬만하면 마음을 접습니다.”

경영계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고용 승계를 위해 마련된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적용요건이 까다롭고 사후 관리조건이 엄격해 실효성이 낮기 때문이다. 최고 65%에 달하는 현 상속세율도 지나치게 과도해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 요건 충족 어려워 상속 포기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8일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토론회’에서 “좋은 취지로 도입됐으나 관련 요건을 충족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란 중소·중견기업(매출액 3000억원 미만)이 가업을 승계하는 경우 최대 500억원까지 세금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피상속인(망자)의 10년 이상 경영 △직전 3년간 평균 매출액 3000억 미만 기업 △최대 공제한도 500억원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사후 관리요건도 까다롭긴 마찬가지다. 승계 후 10년 간 정규직 근로자를 기준 고용인원의 100% 유지해야 함은 물론, 업종을 변경해서도 안 된다.

이 교수는 “과도한 조건 탓에 기업들은 활용을 꺼린다”며 “그대신 일감몰아주기·순환출자 등 편법적 승계방안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실제 최근 3년간 가업상속 공제제도를 적용받은 기업은 △2015년 67건(1706억원) △2016년 76건(3184억원) △2017년 91건(2226억원)에 그쳤다. 금액이나 건수 등이 미미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은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선택할 수 없는 기업의 경우도 상속세의 납부방법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연부연납 기간을 연장해줘 안정적인 고용 유지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용민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업이 계속 일자리 및 소득을 유지·창출토록 하는 제도의 목적에 맞게 ‘가업상속공제’를 ‘기업상속공제’로 변경하고, 상속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공제요건 합리화, 공익법인 관련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도 문제

상속세율 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경총에 따르면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일본 55%, 한국 50%, 독일 50%, 미국 40%이지만, 상속세 전체 평균 실효세율은 한국은 28.09%로 일본(12.95%), 독일(21.58%), 미국(23.86%)보다 높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업에서의 상속 문제는 단순한 ‘부의 세습’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영속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속세를 완화하는 큰 이유는 기업 경영의 영속성 제고를 통한 자국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라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고양시키기 위해 상속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요건 대폭 완화 같은 상속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속세 개선을 골자로 한 경제계 의견을 리포트 형식으로 국회에 전달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상의는 최대 65%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을 낮추고, 10~30%인 할증률을 인하하고 중소기업부터 할증평가 제도(2020년 일몰 도래)를 폐지·개선해 줄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 중소·중견기업 승계 기준 완화·기업투자 인센티브 강화 등도 함께 제안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상속세제의 개정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꾸준히 발표해 왔다. 가장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고율의 상속세를 한국경제가 위축된 6가지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경영권 승계시 기업의 존치 여부를 위협해 기업가 정신을 훼손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선 가업 상속공제 대상을 현행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에서 1조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할 경우 52조원 규모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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