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 차량 위탁 생산 기회…변수는 강성노조"

이소현 기자I 2019.05.27 20:27:00
피아트크라이슬러(왼쪽)와 르노(오른쪽)앰블럼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합병 추진은 국내 완성차기업인 르노삼성차에 기회인 동시에 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사 합병으로 세계 3위 ‘공룡’ 자동차 회사가 탄생하게 되면 르노삼성차는 글로벌 수출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한편, 최근 강성 노조의 잇따른 파업 등 노사분규가 약점으로 작용해 위탁 생산 차량 수주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와 FCA간 합병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FCA가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연합)’에 합류할 것으로 관측된다.

르노는 1999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로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맹 관계를 구축한 이후 2016년 미쓰비시를 추가하고 올해 FCA까지 합류시키는 큰 그림을 완성했다.

르노와 FCA 합병은 르노삼성차가 FCA 브랜드의 차량 생산까지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르노삼성차는 2000년 르노의 삼성차 인수로 출범했다. 르노가 닛산, 미쓰비시와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FCA까지 합류하면 르노삼성차가 위탁 생산할 수 있는 차량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르노삼성차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전략적 협업의 일환으로 북미 수출용 모델인 닛산의 베스트셀링 SUV인 ‘로그’를 2014년부터 위탁 생산해온 경험이 있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합쳐 모두 22만대의 차량을 생산했는데 이 가운데는 닛산 로그 물량이 10만대로,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에 FCA 합류로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닛산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FCA 차량까지 생산·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와 FCA가 미래 자동차 부문 협업을 위해 합병을 추진하는 만큼 전기차 등도 생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2022년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40종 이상의 모델에 탑재하고 12종의 새로운 전기차도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전자파 적합성(EMC) 시험장(사진=르노삼성차)
르노삼성의 연구개발(R&D) 능력도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앙연구소인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는 르노그룹의 글로벌 연구소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은 차량 디자인부터 설계와 해석, 각종 테스트, 양산준비를 위한 생산기술 기능을 모두 갖춘 얼라이언스의 기술이 모여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FCA로부터 합병 관련 제안을 받은 것은 확인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르노삼성의 수출 물량 확대에 강성노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고비용 저생산’ 구조인 한국 자동차업계에 노사분규가 잦은 ‘코리아 리스크’까지 더해져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현재는 노조가 위기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고, 강성노조가 바뀌지 않으면 르노 본사는 한국에 더이상 투자할 이유가 없다”며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이 50% 이하로 줄면 구조조정, 30% 이하로 내려가면 폐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르노삼성 노사분규는 첩첩산중이다. 이날 노조는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처음으로 지명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긴급 대의원회의를 열고 지난 23일 회사 측에 조속한 시일 내 재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하루만인 지난 24일 전체 조합원에게 대의원 34명이 참여하는 지명파업을 통보했다. 회사는 수익성 악화로 지난 24일에 이어 31일 두 차례에 걸쳐 프리미엄 휴가를 단행하면서 공장가동을 멈출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가 대화 촉구와 파업 돌입 등 양면전략을 쓰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노조 측 의견과 협상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사진=르노삼성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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