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두 기관 모두 2027년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에 따른 예상 세수 효과와 징세비용 등 행정부담 추계 결과를 제시하지 못했다.
오는 15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될 가상자산 과세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하고 있지만 실제 얼마의 세금을 거둘 수 있는지, 시행 이후 추가 행정비용이 얼마나 발생할지조차 아직 산출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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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시행에 따라 늘어날 징세비용과 행정부담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재경부는 “가상자산 소득 과세에 따른 징세비용 등 행정부담 변화 추계 자료는 관리하고 있지 않아 제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세청도 “향후 발생할 비용에 대한 추계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까지 가상자산 과세 준비를 위해 집행했거나 집행 예정인 예산은 총 36억26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통상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에는 비용추계서가 첨부되지만 가상자산 과세 폐지 법안에는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가 붙었다. 가상자산 과세로 어느 정도의 세수가 발생할지 추정할 기초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과세에 따른 세입 효과와 행정부담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도를 시행할 경우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제대로 따져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가상자산 과세 폐지’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작성한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를 보면 예정처는 “개정안의 세수효과 추계를 위해서는 가상자산 양도·대여소득 과세가 시행됐을 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수 규모를 전망해야 한다”면서도 “현 시점에는 가상자산 취득가액 및 양도금액, 대상인원 등에 대한 정보가 부재하므로 가상자산소득 과세 폐지에 따른 세수효과를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수 추계가 어려운 근본적인 배경은 가상자산 과세 기준을 비롯한 관련 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서다. 스테이킹과 렌딩, 유동성 공급, 에어드롭, 하드포크 등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은 물론 소득의 성격과 귀속 시점, 과세표준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병권 재경위 수석전문위원과 소득세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한지윤 입법조사관은 “추계를 못하는 것 자체가 과세 기준에 대한 고시조차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과세 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준비가 미흡한 측면이 있는 만큼 향후 발표될 국세청 고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자금 해외 이탈이 세수 효과를 넘어설 가능성을 제기하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하고 나섰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의견서를 통해 △취득가액 산정·검증 인프라 △거주자·비거주자 판정과 원천징수 체계 △거래유형별 과세기준 등이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DAXA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과세와 조사권한 확대를 동시에 시행할 경우 국내 거래 위축과 자금의 해외 이탈이 세수 증대 효과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고 그 부담과 민원이 사업자에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현행 250만원인 과세최저한으로 소액 납세자가 광범위하게 신고 대상에 포함되면서 세수에 비해 납세자의 신고부담과 과세당국의 징세비용이 과도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정처의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 연구용역 보고서는 “소액 납세자가 대거 신고하게 되면 과세당국에는 납세지원, 세무조사, 조세불복 등에 따른 행정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과세최저한을 최대 2000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문제로 국회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 과세’가 올해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의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재범 국회입법조사처 재정금융과 입법조사관은 “내년부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한다면 정부가 어느 정도의 세수 효과가 있을지 당연히 검토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상자산 과세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만큼 징세비용과 소득 구분을 둘러싼 논란, 하드포크·에어드롭 등에 대한 과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적지 않다”며 “행정부담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정부가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는지를 납세자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의원은 “과세 시행을 불과 석 달 앞두고도 세수 효과와 행정부담조차 추계하지 못한 것은 정부가 사실상 준비 없이 제도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불확실한 과세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과세 기준과 인프라를 면밀히 점검하고 납세자 부담과 행정비용까지 고려해 제도 시행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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