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부가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우선 지원대상을 발표하자 정유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발표된 기간산업지원 대상에는 기존 지원 대상으로 꼽혔던 기계·자동차·조선·전력·통신 등도 제외됐다. 당장 유동성 공급이 시급한 업종부터 지원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업종들에 대해서는 추후 재선정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정유업만 소외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가 7대 기간산업을 발표하면서 정유업을 제외시키자 한국석유협회를 중심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직간접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공장가동률 감축이나 각종 경비 절감, 임원 급여 삭감 등을 통해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부나 시장의 눈높이와는 괴리가 있다”며 “모든 산업과의 연관성이 큰 정유업을 기간산업에서 제외시킨 것은 이 같은 인식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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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는 어느 정도 할 수 있겠지만 미국과 유럽 등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마이너스 정제마진이 지속되면서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매주 낮아지는 상황으로 2분기에 적자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유업계와 달리 애초 기간산업으로 거론됐던 자동차, 조선업 등은 다소 느긋한 표정이다. 이날 자동차업계는 당장 시급한 항공, 해운 업종을 우선 지원하고 추후에 지원 업종을 확대키로 한 정부의 방침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지원 업종을 넓히는 것보다 정말 지원이 필요한 업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우선 항공, 해운업종이 지원업종으로 선정됐지만 자동차 역시 추가적으로 지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급감으로 인해 업계 전체가 어려운 것은 맞다”면서도 “가장 큰 규모의 현대·기아차가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로 지원 대상을 지정할 경우 자동차가 1순위로 지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업계도 향후 추가 지정을 통한 지원 가능성도 열어놓은 만큼 업황이 안 좋아지면 조선업에 대한 지원도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의 경우 과거 2~3년치 일감을 수주해 놓은 상태기 때문에 현재로선 유동성에 큰 어려움을 빚지 않을 것이란 점도 고려해 우선 순위에서 배제되지 않았겠느냐”며 “아울러 해운이 좋아야 배도 많이 발주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해운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자연스럽게 조선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고려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