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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국장이 국내외에서 거시·금융 경제 전문가로 정평이 난 인물인 만큼 청문회 일정을 무난하게 통과해 한은 총재 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간 이 국장이 재정 확대에 의한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는 것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온 만큼 특히 채권 시장엔 긍정적 인선이란 해석이다.
2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 발언 이후 연일 글로벌 채권시장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국내 채권시장은 전날에 비해 오름세가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국고채 금리는 단기물 위주로 오름세를 지속했으나, 상승폭이 전날에 비해 큰 폭 줄었다. 3년물 금리는 0.027%포인트 오른 2.426%에 마감했고, 10년물 금리는 0.004%포인트 하락해 2.828%를 기록했다. 이는 전날 오름세(각각 0.131%포인트, 0.091%포인트)와 간밤 미 국채 상승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간밤 미 국채 2년물, 10년물 금리는 장중 0.100%포인트, 0.07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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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에선 아직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인 측 간 합의 논란이 있긴 하지만, 불확실성 해소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 국장이 한국인으로는 국제금융기구 최고위직에 오른 세계적인 석학인데다가 이명박 정권 출범 초기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획조정단장 등 경제정책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국회 여야 모두 특별히 반대할 여지가 없단 점에서다.
무엇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국장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에 좀 더 가깝게 해석하는 분위기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국장이) 고령화로 인한 저성장, 저물가 등에 대해 과거 언급했던 만큼 시장에선 비둘기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더 강하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긴축 가속화에 대한 우려감이 지속되며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4%를 웃도는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국장이 후임 총재 후보로 지명됐다는 소식은 채권 시장에 긍정적 재료로 해석되는 듯 하다”면서 “정부 재정에 대한 시각이나 아시아 국가들이 서구보다 상대적으로 물가 압력이 덜하다는 과거 논평 및 발언들을 종합해 봤을 때 통화정책 정상화를 이끌어가더라도 경기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단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문홍철 D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 국장이 국제기구 경험이 많고 경제학적으로는 전문성이 확보된 만큼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나 국제기구와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화 역시 오후 들어 강세 폭을 키웠다. 장 마감 직전 결제 수요가 나오면서 전일대비 4.30원 내린 1213.80원에 마감했으나, 이 국장 지명 소식 이후 장중 7원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이 국장이 경제 여건을 고려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며, 미국 긴축 시기 원화 약세 압력을 비교적 잘 방어해낼 수 있단 예상이 깔려 있는 분위기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후임 총재 임명 소식은 아직 일시적 이벤트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이날 장중 달러 매도세가 나왔는데 기본적으로 IB들은 이 국장이 실제 취임하게 되면 금리 인상이 계속될 거라고 분석을 한 영향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