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마저 털썩…델타 변이 공습에 흔들리는 글로벌 위험자산

김정남 기자I 2021.07.20 17:44:23

델타發 성장 우려 커진 전세계 금융시장
뉴욕증시 3대지수 하반기 들어 모두 반락
WTI 7.5% 폭락…유럽·亞 증시마저 털썩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9일(현지시간) 촬영한 시세 전광판의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김무연 기자] 결국 올 게 오는 걸까.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3대 지수가 하반기 들어 하락 반전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그 대신 초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가격은 급등(국채금리 급락)하고 있다. 증시 고점론이 불거진 와중에 델타 변이 공포가 덮치면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옮겨가고 있다.

◇뉴욕 3대 지수, 하반기 모두 반락

1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09% 하락했다. 지난해 10월28일(-3.43%) 이후 거의 9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다우 지수는 올해 하반기 12거래일간 1.57% 내렸다. 상반기 12.73% 올랐던 강세장이 한풀 꺾인 셈이다.

대형주를 모아놓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이날 1.59% 내린 4258.49에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6% 빠졌다. 나스닥 지수는 최근 5거래일 연속 내림세다. S&P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하반기 들어 각각 0.91%, 1.58% 떨어졌다.

뉴욕 증시 강세장이 하반기 주춤한 것은 최근 상승 모멘텀이 사라지며 고점론이 힘을 받던 와중에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8일로 끝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약 2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1만1000명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로셸 월런스키 CDC 국장은 “코로나19 재확산은 백신 미접종자들의 팬데믹”이라고 경고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CNBC에 나와 “성장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며 “모든 자산에서 (이런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21.95% 급등한 22.50을 기록했다. 지난 5월 이후 최고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6개월을 하루 앞둔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지난 6개월간 미국 경제는 크게 발전했다”고 자신했지만, 증시 폭락에 빛이 바랬다.

증시에서 빠져나온 돈은 대부분 미국 국채로 몰려갔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줄곧 1.2% 아래에서 움직였다(국채가격 상승). 장중 1.174%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올해 2월 이후 가장 낮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사기 위해 위험자산을 전방위적으로 팔고 있다”며 “모든 자산들이 이미 고점을 지난 만큼 단기적으로 위험자산을 보유하는 게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美 흔들리자…유럽·亞 증시 털썩

국제유가가 7% 이상 폭락한 것도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회피한 결과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7.5% 내린 66.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월28일 배럴당 66.32달러 이후 2개월 만의 최저다. 하루 낙폭은 지난해 9월 초 이후 거의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원유는 대표적인 위험자산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금융시장은 사실상 전 세계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미국이 흔들리자 유럽 역시 휘청였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이날 2.34% 내린 6844.39에 마감했다. 영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 방역 규제를 대거 풀었는데, 시장은 오히려 팬데믹 공포가 점증했다. 이밖에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 지수도 2% 이상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떨어졌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전일 대비 0.96% 떨어진 2만7388.16에 거래를 마쳤다. 올 1월 6일(2만7055.94)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지난 14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이날 니케이225 지수는 장중 한 때 2만7333까지 떨어졌다.

한국 코스피 지수 또한 전 거래일보다 0.35% 하락한 3232.7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또한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해종합지수는 3거래일 째 하락세를 보이며 전일 대비 0.07% 하락한 3536.79에 거래를 마쳤다.

위험자산 기피 현상은 대표적인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암호화폐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6.04% 하락한 2만9638.88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3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달 22일 이후 처음이다.

타이 후이 JP모건 아시아 수석 시장 전략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델타 변이에 따른) 새로운 발병으로 경제 회복 속도가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라면서 “향후 1~2개월은 팬데믹의 위협 가운데 경제적 활동과 일상의 정상화를 위한 정부들의 전략을 검증하기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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