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숨진 정유엽(당시 17세)군의 아버지 정성재(54)씨가 청와대 앞에 섰다. 그는 “개인의 일이 아닌 사회 전체가 나서 대응할 사안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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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공병원이 존재했다면 유엽이가 매몰차게 거절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국에 민간병원이 90%이고, 경산에는 아예 공공병원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도 민간병원과 똑같이 수익에 의존해야 하는 모순에 빠져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면서 “의료는 공공 필수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군은 지난해 3월 40도가 넘는 고열로 선별진료소가 있는 경산중앙병원을 찾았으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치료를 거부당했다. 병원 문턱에서 정군은 코로나19 검사를 14번이나 받아야 했고, 결과는 모두 음성 판정이었다. 이틀 만에 구급차 대신 아버지의 차를 타고 영남대병원에 입원했으나 발열 엿새 만에 폐렴으로 숨졌다. 감염병 확산으로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를 거의 전담하면서 기존 환자에 대한 의료공백이 발생,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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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정부와 국회는 예비타당성 문제 등으로 인해 공공병원을 확충하기 어렵다는 핑계만 댄다”며 “공공인프라 확충 없이 힘없고 소외된 계층의 희생을 담보로 이 상황을 넘기고자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전국적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의료공백 문제 해결과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데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영국 정유엽사망대책위 자문변호사는 “민간 병원 체제 중심으로 돼 있는 허술한 공공의료 체계가 우리의 건강한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것”이라며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공공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K-방역 뒤에 허술한 공공의료의 민낯이 드러난 것으로, 전국 5.7%에 불과한 공공의료기관이 폭증하는 환자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헌법 제36조 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언제든 다가올 수 있는 감염병 위기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공공병원과 지방의료원 설립, 병상 규모 확대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산에서 한 달 가까이 걸어 이날 청와대 앞에 도착한 정씨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담담한 모습으로 의견을 밝혔지만, 마지막 추모의 시간에서 결국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 국화꽃 한 송이를 헌화한 후 눈물을 흘렸다. 주최 측은 청와대가 공공의료 확충 건과 관련한 면담을 거부했고, 대신 의료공백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공공의료 확충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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