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문가들은 4년 앞서 만들어졌던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배달앱 ‘프랜고(Frango)’의 실패 사례를 예로 들며, 제대로 된 시장조사나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무턱대고 앱만 개발한다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6일 정치권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의 새로운 수수료 체계에 맞서 공공배달 앱을 도입하고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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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은 최근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에서 건당 수수료를 내는 방식으로 바꿨다. 한마디로 ‘파는 만큼 수수료를 더 내는’ 체계가 된 것. 이와 반대로 정부와 지자체가 중심이 돼 만드는 공공배달 앱의 핵심은 사업자에게 가입비·수수료·광고료 등 3무(無) 조건으로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수수료 인상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취지다.
지자체가 도입하고자 하는 공공배달 앱은 2016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만들었던 ‘프랜고’와 비슷한 형태다. 당시 일부 배달앱이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자 협회가 회원사들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앱을 개발했다. 앱 운영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수료 3~4%만 받고 운영했다. 하지만 시범운영기간인 3개월을 포함해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배달의민족·요기요 등에 빌려 시장에서 사장됐다.
실패 원인은 크게 △마케팅 비용 부족에 따른 홍보 미비 △가맹 본사의 저조한 참여율 △프랜차이즈 메뉴 한정에 따른 편의성 부족 등으로 분석된다.
프랜고 도입을 주도했던 조동민 전(前)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지금은 커피도 배달해 먹는 시대가 됐지만 4년 전만 해도 치킨·족발·피자 등 배달 메뉴가 한정적이었고, 음식 배달시장 규모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프랜고를 만들어도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참여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은 TV, 온라인 광고 등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고 그러다 보니 홍보가 부족한 프랜고는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게 됐다”고 말했다.
조 전 회장은 “지자체가 추진하는 공공배달 앱이 시장 한정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역마다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면 배달의민족과의 경쟁에서 참패하는 것은 물론 ‘전시 행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편의성을 생각하지 않고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정책을 ‘횡포’라고 비판하며 국민들에게 ‘전화 주문을 해달라’는 민주당의 요구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다. 조 전 회장은 “이미 배달 앱의 편의성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영세 자영업자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호소하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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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전북 군산시가 최근 출시한 공공배달 앱 ‘배달의 명수’가 민간 배달 앱과 경쟁해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성공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배달의 명수는 지난달 13일 출시 이후 이달 5일까지 한 달도 안돼 총 6937건에 달하는 배달 주문 건수를 기록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6000만원 수준이다. 배달의 명수 앱 가입자 역시 출시 초기 5138명에서 현재 약 2만3549명으로 늘었다.
급성장의 배경은 소비자와 자영업자·소상공인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민간의 배달 앱에서는 쓸 수 없는 군산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고, 군산시 지원으로 배달 음식 구매 비용도 최대 10%까지 할인된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료를 지불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운영비용을 아낄 수 있다. 군산시는 배달의 명수를 이용하면 민간 배달 앱 이용 대비 업소당 월평균 25만원 가량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운영의 지속성’이다. 수수료 등으로 이익을 남기지 않는 공공배달 앱 특성상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지속적인 운영이나 시스템 개발 등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또 세금이나 예산으로 공공배달 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수료와 광고료를 받지 않고도 앱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프랜고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한 프랜차이즈 식당 주인은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어떤 앱을 이용하고자 하는가인데, 공공배달 앱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배달의민족에 비해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면서 “당시 프랜고 개발을 맡았던 트로스시스템즈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키오스크 사업을 지원해준다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낮은 수수료에도 앱을 운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