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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잠실동 22번지 아파트 재건축 조합(조합)은 이날 현재 서울회생법원에서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조합을 결성해 1980년대 후반부터 재건축을 추진했다. 서울시는 2000년 9월 잠실 주공2단지 재개발을 포함한 지구단위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단지와 단지 내 상가를 포함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이에 따라 조합은 상가 지분권자가 모인 상가추진위원회(위원회)와 일을 시작했다. 사업을 추진할수록 양측간 이해관계는 상충됐다. 대지 지분율이 예상과 달라 사업 비용 분담률과 이익 배분율을 조정해야 하지만 양측이 합의에 실패했다. 둘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자 조합은 2007년 상가지분권자가 모인 또 다른 모임과 사업을 추진했다. 이때 분양대행업체 A사가 이 모임에 재건축 사업추진비 5억4000여만원을 댔다. 대신 나중에 조합과 분양대행 계약을 맺어 분양대금의 10%를 수수료로 챙기기로 보장받았다. 그러나 시공사와 갈등도 이어지면서 분양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조합과 위원회, 시공사는 상가 분양 방식과 주체, 공사비 지급 방식 등을 두고 다퉜다. 조합장이 수차례 바뀌고, 사업 추진과 중단이 반복했다.
3자가 갈등을 조정하고 분양을 가시화한 시점은 2010년이다. 당시 조합은 약속대로 A사 추천을 받은 B사와 분양계약을 맺으려 했다. 조합은 `분양대금 920억원을 시공사에 일시 지급하라`는 것을 계약 조건으로 걸었는데, B사는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자 조합은 K사와 분양대행 계약을 해지했다. 상가는 분양대행사 없이 총액 743억원에 분양을 마쳤다.
A사는 2011년 1월 조합을 상대로 80억원을 달라는 민사 소송을 냈다. 약속대로 분양을 진행하지 못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1심과 2심에서 내리 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다시 재판이 열린 끝에 “조합은 A사에 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2015년 7월 확정됐다. 소송을 낸 지 4년6개월 만이었다.
K사는 이 판결이 나자마자 법원에 “청산비용으로 채무를 상환하라”며 조합에 대한 파산을 신청했다. 지난 2일부로 채권 규모를 최종 파악하는 절차가 끝났다. 현재 파악을 마친 채권 규모는 136억3600여만원이고, 조합이 배당할 수 있는 자산은 약 7660만원 남았다. 조합은 앞서 올해만 두 차례 중간배당을 거치며 채권 일부를 털어냈다.
법원은 내달 1일 조합의 남은 자산을 누구에게 얼마씩 배분할지 의견을 듣고자 채권자 집회를 열 예정이다. 시장 관계자는 “통상 재건축 조합은 목적을 달성하고 자진 해산하기 마련인데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면 파산 절차를 밟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