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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위 개혁]②예산심사보다 정치싸움 도구 전락..상임위화가 해법

조진영 기자I 2018.07.02 18:00:20

원구성 협상 때마다 테이블 올라 논쟁
野 "전문성 강화" vs 與 "예산권 침해"
예산심사 제도보다 정치쟁점화 문제 불거져
"예결위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예결위 (일반) 상임위화 등 중요한 제안에 대해 심도 깊게 검토하겠다.”

우원식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8월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 당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나랏돈에 대한 겉핥기식 심사는 예산낭비의 주범”이라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화해 예산집행을 상시 감시하고 꼼꼼하게 예산을 수립해야한다”고 주장한데 대한 답변이었다. 예결특위를 상임위화하자는 야당의 제안은 하반기 원구성 협상 테이블 위에 다시 올랐다. 예결위 상임위화는 예결위를 일반 상임위처럼 운영, 1년 내내 정부 예산만 들여다보는 위원회로 만들자는 것이다.

◇野 “전문성 강화·상시 감시해 정부 견제”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자는 논의는 역대 국회에서 원구성 협상 때마다 등장했다. 2016년에 야당이었던 민주당도, 2006년 야당이었던 한나라당도 주장해온 내용이다. 예결위가 상설기구이기는 하지만 예산과 결산 시기에만 몇 개월 가동되기 때문에 정부 감시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430조원에 이르는 한해 예산을 살펴봐야하는데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정기국회 기간인 90일 밖에 되지 않아 꼼꼼히 들여다 볼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돼왔다.

실제로 예산 심사에 돌입하면 여야는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서만 격론을 벌였는데, 검토 범위가 전체 예산의 1%도 채 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외의 부분은 국회가 정부안을 그대로 수용해왔다.

지난해 본예산 심의 과정을 살펴봐도 이러한 과정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여야는 예산심사 마지막 단계인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원회 소소위원회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끼워넣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도 여야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각 당 간사들만 참여하는 소소위원회에서 심사했다. 전체 93개 사업 중 53개 사업이 회의록조차 작성되지 않는 ‘깜깜이 합의’로 이뤄진 것이다. 예결위 소속 의원들 조차 “소소위 진행과정을 우리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예결위원들의 임기는 다른 상임위의 절반인 1년이지만 인원은 50여명으로 두 배 수준이다. 4년동안 200여명이 예결위를 거쳐가는 것이다. 지역구 의원이라면 임기 중 한번씩은 예결위원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 많은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지역구 예산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꼼수다. 의원들이 각자 자신의 전문분야를 맡아 2년동안 꼼꼼히 살피는 다른 상임위와 차이가 크다. 임기가 짧고 전문성과 책임성은 떨어지다보니 지역구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與 “예산 편성권 침해..과도한 정치쟁점화 우려”

하지만 예결위 상임위화를 반대하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있다. 예결위가 상임위로 전환되면 예산 편성부터 집행과정 하나하나까지 국회가 들여다볼 수 있어 의회가 정부에 간섭하는 꼴이 된다는 얘기다. 특히 예산을 사용하는 모든 정부부처가 심사 대상이 된다. 야당이 정부의 사업에 반대해 예결위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보수 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정부 여당이 된 쪽에서 늘 반대해온 이유다.

제도적 변화보다 실질적 변화가 중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역구 중심의 논의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임위가 되더라도 ‘예산 나눠먹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차라리 상임위 예비심사를 활성화하고 각 상임위에서 예산에 대해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성과 독립성, 투명성을 강화하고 예산 심사를 정치적 조정으로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물리적인 시간이나 정치적인 논쟁 때문에 예결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근본적으로 예산안을 대하는 의원들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제도가 바뀐다 해도 예산안 심사 과정의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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