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덮친 시장]②美 패닉장에 '안전한' 금·국채값 급등

김정남 기자I 2018.02.06 17:23:32

예상은 했지만…美 패닉장에 금융시장 요동
주식·원유·가상화폐 등 위험자산 가격 '급락'
시장은 안전자산 눈 돌려…금·채권값 '급등'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페셜리스트들이 놀라는 표정으로 주가 전광판을 올려다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무섭게 치솟던 미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한 번쯤 조정이 올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지만, 막상 충격이 닥치니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당장 주식과 원유 등 위험자산을 피해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 쪽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번 폭락은 ‘일시 조정’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그 폭이 가파르다는 점에서 우려도 적지 않다.

◇‘美 패닉장 충격’ 현실화

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3.37bp(1bp=0.01%포인트) 급락한 2.7078%에 마감했다. 채권금리가 하락한 건 채권가격이 상승한다는 뜻이다.

최근 10년물 금리는 급등 일변도였다. 직전 거래일 2.8415%로 올해 들어서만 43bp 넘게 상승했다.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오름 폭이다. 미국의 임금 상승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가 높아졌고,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4회로 늘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진 경기 기대감에 ‘눌려있던’ 장기시장금리가 단박에 튀어오른 것이다.

그런데 이날 갑작스러운 10년물 금리 급락은 이유가 있었다. 금리 상승 정도가 주식에 부담을 주는 수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의 과열 논란은 시장과 당국에서 계속 제기돼 왔지만, 금리 급등에 따라 위험자산인 증시 폭락이 현실로 다가오자 시장에 공포감이 엄습한 것이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가 크게 오른 게 그 방증이다. 이에 시장은 초안전자산인 미국채를 대거 매수했고, 금리는 하락(가격은 상승)했다.

미국 시장을 따라 국내 금리도 하락했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5.4bp 하락한 2.749%에 마감했다. 초장기물인 20년물과 30년물 금리도 각각 4.1bp, 4.5bp 내렸다. 안전통화인 달러화 가치도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89.581로 반등했다. 지난 23일(90.120) 이후 다시 90선 진입을 엿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0원 상승한(원화 가치 하락) 109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12일(1092.4원) 이후 거의 두 달 만의 최고치다. 장중 최고가(1098.6원)는 1100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11월21일 장중 1099.9원까지 올랐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패닉장에 대표적인 위험통화인 원화 가치가 내린 것이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값도 상승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30분 현재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금 한 돈(3.75g) 가격은 0.90% 상승한 17만6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화폐(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6일 오후 한 시민이 서울 중구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유·가상화폐 가격 급락

다른 위험자산의 가치도 동반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대표적이다. 영국 ICE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0.96% 하락한 배럴당 67.62 달러에 장을 마쳤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과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일제히 내렸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가상화폐 ‘대장’ 비트코인은 장중 62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패닉장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적지 않은 금융시장 인사들은 이를 일시 조정으로 보고 있지만, 동시에 당분간 큰 폭의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미국의 임금 지표가 어떻게 나올지, 3월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은 어떨지 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시장 상황이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