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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독자생존 어려워지는데"..속타는 CJ, SK와도 온도차

김현아 기자I 2016.07.07 18:58:14

SK, 의견접수 11→25일 연장 요청
CJ는 내일 4일까지 준비기간 더 요구
갈수록 기업가치 하락하는 CJ헬로
SK보다 강한 M&A 의지 드러내
"합병 무산 땐 LG에라도 팔아야"

[이데일리 김현아 김유성 기자] 속타는 CJ, 그래도 안정을 찾으려 노력하는 SK.

SK텔레콤(017670)CJ헬로비전(037560) 인수합병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불허’ 심사보고서가 전달된 지 삼일이 지나면서 CJ그룹과 SK그룹의 분위기가 미묘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CJ그룹은 당사자인 헬로비전 직원들의 분노와 실망, 미래에 대한 걱정은 물론 합병에 대비해 작성한 경영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CJ헬로비전은 공정위에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 접수 기한을 7월 11일에서 8월 4일로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정위가 받아들인다면 7월 15일로 예정된 전원 회의도 연기된다.

SK텔레콤 역시 공정위에 의견 접수 기한을 7월 11일에서 7월 25일로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CJ와는 약간은 다른 분위기다. 연장기한 요청만 봐도 CJ는 늦고 SK는 빠르다. 그만큼 CJ는 이 합병을 성사시키거나 적어도 LG 등 다른 기업에 팔아야 하는 의지가 강한 것이다.

CJ입장에선 통신사 IPTV와 위성방송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플랫폼(CJ헬로비전)을 떼 내고 콘텐츠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기로 결정한 만큼, SK가 아니어도 LG유플러스 등 다른 곳에라도 팔아야 한다. 게다가 홈쇼핑 회사(CJ오쇼핑)와 플랫폼을 모두 가졌기에 송출수수료 협상 때 제 목소리를 못 냈던 계열사 간 입장 차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이슈다.

◇SK 경영전략 차질…CJ헬로비전보단 타격 적어

SK역시 장동현 사장 취임 이후 생활가치, 사물인터넷(IoT), 미디어를 3대 신규 플랫폼으로 키우고자 한 만큼 이번 인수합병이 불허되면 경영전략의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갈수록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CJ헬로비전 만큼 피해를 보지는 않는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이날 공정위에 정식 질의서를 보내 ▲다채널 유료방송 경쟁촉진과 소비자 후생증진을 위해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에서 공정위가 입장을 바꾼 이유 ▲향후에도 권역별 점유율이 높으면 인수합병이 불허되는가 여부 ▲KT의 2개 플랫폼 소유(위성방송과 IPTV)에 대한 공정위의 경쟁제한성에 대한 입장 등을 질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케이블 전체가 위기인 것이다.

◇난파선에 갇힌 헬로비전 직원들…“SK 안 되면 LG에라도 팔아야”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난파선에 갇힌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CJ헬로비전 본사에 근무하는 한 임원은 최근 SK텔레콤과 인수합병 불허 소식을 접한 회사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작년 10월 30일 창사기념일에 회사를 매각한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도 경영진들은 동요하지 말고 기다리라 했고, 올해 7월 5일 공정위 심사보고서가 ‘합병불허’라는 게 알려진 뒤에도 제자리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자고 하니 나온 반응이라 했다.

김진석 사장이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동요하지 말자, (공정위 전원회의가 열리는) 15일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득했지만 직원들에게는 와 닿기 힘든 것이다.

CJ헬로비전 전남 기술팀 소속 이기용(33, 가명, 대리)씨는 “SK 인사제도에 맞춰 통합 HR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합병 무산 소식을 듣고 머리가 백지가 됐다. 주변 사람들에서 연락이 왔다. 이직을 준비해야하지 않는가라는 물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룹 공채로 입사했는데 SK와의 합병이 미래 산업 발전에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정부가 너무 무책임하게 불허를 때린 게 아닌가 싶다. 3년 전부터 케이블 경쟁력이 떨어진 게 많이 느껴졌다. SK가 안되면 LG라도 케이블하고 공존해 살아가야 하지 않겠느냐. 헬로비전 직원만 1100여 명이다. 다들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본사에 근무하는 방희준(32, 가명)씨는 “전원 회의에서 분위기가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사무처 의견대로라면 LG도 살 수 없을 것이다. 권역별 독과점으로 묶어 놓은 상태니까. 외국계 자본이라면 모를까. 현재의 인가조건이라면 어떤 사업자도 시도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1위 사업자인 KT와의 경쟁이 워낙 심해지니까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잘해보겠다는 것인데 왜 막으려는가.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는 것 같다. 뛰어내리지도 못하게 하고 이대로 가면 골로 가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SK “공정위 전원회의때 최선 다할 것”

SK텔레콤 관계자는 “공정위 전원회의때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의견접수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준비 시간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7~8월 중 공정위 전원회의가 열리면 어느 방향으로든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SK-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공정위), 전기통신사업법과 방송법(미래부), 방송법(방통위)에서 들여다보는데 세법 중 한 곳에서라도 불허가 결정되면 나머지 부처들은 심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불허되면 우리가 심사할 필요성이 사라진다”면서 “조건부 승인으로 바뀔 경우 미래부는 통신법과 방송법에 근거해 심사하고 중간에 방통위의 사전동의 요청을 보내 의견을 들은 뒤 최종적으로 미래부 장관이 발표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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