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맡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7월 언론 인터뷰에서 “법사위의 `갑질` 방지를 위해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일하는 국회법`을 7월 임시국회 1호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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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여야가 의석 수대로 상임위원장을 11대 7로 분배하고 법사위원장을 2년씩 나눠 맡기로 합의하면서 개원 1년 2개월여 만에 제 모습을 찾았다. 핵심 쟁점이었던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년 6월부터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하면서 협치의 물꼬를 튼 것이다. `상왕``상원` 비판을 받아 온 법사위 기능을 다른 법률과의 충돌 여부나 문구가 적정한지를 따지는 체계·자구 심사로 엄격하게 한정하고 심사 기간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시키기로 했다. 법안의 내용과는 별개로 당리당략에 따라 권한과 기능을 오·남용하면서 발목을 잡는 그릇된 관행을 반복하지 않도록 일종의 `안전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실제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 16대~20대 국회 20년간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 중 법사위에서 계류돼 폐기된 법안은 모두 357개에 이른다. 이 기간 법사위의 `갑질`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입법조사처는 `21대 국회 원 구성 일정과 쟁점` 보고서에서 “13대 국회부터 16대 국회까지는 원내 제1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했고 17대 국회부터는 원내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기 시작했다”며 “이때부터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 심사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단계에서 지연되는 일이 빈번해졌고, 입법 과정에서 또다른 비토 지점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로 협치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민주당 내 반발이 터져나오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대선주자들뿐 아니라 당 지도부 내에서도 공개 석상에서 불만이 쏟아졌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2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와 국정을 운영하는 여당은 협치 보다 국민들에게 책임지는 정치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질은 지나친 월권과 법사위 개혁”이라면서 “논의 중심이 법사위 개혁에 집중돼야 한다. 안전장치를 뒀다고 하지만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체계·자구 심사 범위 제한은 국회 해석으로 충분하지만 지금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본회의 부의도 해당 상임위를 야당이 맡고 있어 5분의 3 이상 동의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총선에서 의석 수가 달라지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법사위 모습을 바꾸는 데 부족한 합의”라며 “법사위 기능에 대해 전반적·전면적으로 고치는 것도 아니면서 넘겨주는 것이다. 이후 추진하려는 여러 가지 입법이 오히려 발목 잡히게 된 것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잘못된 거래를 철회해야 한다”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날 재고를 요청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내년 시점의 당원 의사와 후임 원내 대표단 및 당 지도부의 권한을 제약한다는 문제의식, 180석 거대 의석을 주신 국민 뜻과 달리 개혁 입법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면서 “전진을 위한 양보가 아니라 개혁 의지 후퇴라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기회에 별도의 체계·자구 심사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있다.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번 합의는 의회 정치의 전진”이라면서도 “국회법을 개정해 별도의 심사 기구를 만들었으면 한다. 잘못된 구조를 끊되, 법안 심의 구조를 전문화·체계화 하는 것이 정치 개혁·국회 개혁의 첫 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도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지 않는 한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라며 “진정한 법사위 개혁은 체계·자구 심사권의 완전 페기 처분이다. 이것이 아니면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매번 선거가 끝나면 (상임위원장 배분 논란이)쳇바퀴처럼 반복될 텐데 근본적인 개선 방법은 국회법 그대로 지키는 수밖에 없다”면서 “투표를 해서 원 구성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상임위원장을 `본회의에서 선거로 정한다`고 규정한 현행법(국회법 41조)의 원칙을 되살려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