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우주여행 첫 테이프 끊은 英브랜슨…막오른 민간 우주여행

방성훈 기자I 2021.07.12 17:52:16

브랜슨, 민간인 최초 우주체험 성공…우주관광 시대 개막
버진갤럭틱·블루오리진·스페이스X 3파전 가열
베이조스, 20일 우주여행…“우주관광 클럽 가입 원해"
머스크, 9월 민간인 4명 우주로 쏜다…직접 탑승할까?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 겸 전(前) 최고경영자(CEO), 영국의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및 스페이스X CEO. 민간 우주여행 사업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3명의 영·미 억만장자들 중 브랜슨 회장이 ‘민간인 최초 우주관광 경험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3명이 처음 우주여행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세상은 괴짜 억만장자들의 호사로운 취미로 받아들였지만, 이날 브랜슨 회장의 첫 우주여행 성공은 실현 가능한 꿈으로 바꿔놨다.

◇브랜슨, 민간인 최초 우주체험 성공…우주관광 시대 개막

브랜슨 회장은 11일 오전 7시 40분경(미국 서부 시각 기준) 미국 뉴멕시코주 트루스에 위치한 다목적 시험기지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에서 자신이 소유한 버진갤럭틱의 우주비행선 ‘VSS 유니티’를 타고 우주 공간을 향했다. 이날 우주여행엔 버진갤럭틱 소속 조종사 2명과 임원 3명 등 다른 5명도 동행했다.

VSS 유니티는 모선인 ‘VMS 이브’에 실려 발사됐으며, 16km 상공에서 분리돼 자체 추진력으로 고도 89km 부근까지 마하3(음속의 3배)의 속도로 우주의 가장자리를 향해 날아올랐다. 이륙부터 착륙까지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브랜슨 회장은 20분 가량 우주 공간에 머물렀으며 미세 중력 상태(중력이 거의 없는 상태)를 체험한 건 4분 남짓이었다.

브랜슨 회장은 착륙한 VSS 유니티에서 내리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는 아내와 자녀, 손주를 껴안은 뒤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17년 동안의 노고가 있었다”며 감격을 표했다. 그의 우주여행을 지켜보던 관중은 축하의 환호성을 질렀다.

브랜슨 회장의 세계 첫 민간인 탑승 우주여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민간’ 우주여행 사업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재 민간 우주여행 사업은 브랜슨 회장의 버진갤럭틱, 베이조스 전 CEO의 블루오리진, 머스크 CEO의 스페이스X 등 3사가 주도하고 있는데 더욱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외신들은 브랜슨 회장이 이번 우주여행에 직접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우주관광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판촉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브랜슨 회장이 이날 체험한 우주관광은 우주경계선까지 올라가 무중력을 체험한 뒤 돌아오는 여행, 일명 준궤도 관광이다.

버진갤럭틱의 우주여행 티켓은 이미 600여명 승객에게 1인당 20만~25만달러(약 2억 2500만~2억 8200만원)에 예약 판매된 상태다. 고객들 중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저스틴 팀버레이크, 레이디 가가 등 유명 인사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버진갤럭틱은 내년부터는 완전한 상업 서비스를 시작해 우주관광 티켓 가격을 약 4만달러(약 4600만원)까지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개발한 우주선 ‘뉴 셰퍼드’.(사진=AFP)
◇베이조스도 20일 우주여행…“우주관광 클럽 가입 원해”

“다른 열정에 쏟을 시간과 에너지가 생길 것이다.”

베이조스 전 CEO는 지난 2월 직원들에게 CEO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이같이 밝히곤 블루오리진을 언급했다. 이에 일부 외신들은 “베이조스 전 CEO가 은퇴여행을 우주로 가기로 했다”, “우주여행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아마존 CEO 자리를 내려놓는다” 등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베이조스 전 CEO는 오는 20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2주년 기념일에 ‘직접’ 우주여행에 나설 계획이다. 브랜슨 회장의 우주여행보다는 9일 늦다. 베이조스 전 CEO는 이날 브랜슨 회장의 우주여행에 대해 “축하한다”고 인스타그램에 적었다. 그러면서 그 역시 ‘우주관광 클럽’에 어서 빨리 가입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베이조스 전 CEO는 남동생 마크, 82세 할머니 월리 펑크, 아직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티켓 낙찰자 1명과 블루우리진의 우주캡슐 ‘뉴 셰퍼드’에 동승할 방침이다. 펑크는 1960년대 초 NASA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실제 우주비행은 하지 못했다.

베이조스 전 CEO는 지난 2000년 사비를 털어 블루오리진을 설립했다. 이후 그는 매년 보유한 아마존 주식 10억달러(약 1조 1470억원)어치를 팔아 블루오리진의 사업 자금을 조달해 왔다. 그 결과 블루오리진은 지난 2015년 우주선 뉴 셰퍼드를 개발했다. 브랜슨의 우주선이 비행기 형태라면 뉴 셰퍼드는 캡슐 형태다. 높이가 약 15m, 로켓 부분 지름은 약 2.7m, 캡슐 지름은 3.3m 정도로 총 6명이 탑승할 수 있다.

블루오리진은 뉴 셰퍼드를 카르만라인까지 쏘아올린다는 목표로 실험·연구·개발을 지속해왔다. 카르만라인은 일반적으로 우주경계선으로 간주되는 고도 100km 높이를 뜻한다.

블루오리진은 작년 뉴 셰퍼드 시험 발사에 성공한 뒤 버진갤럭틱에 이어 두 번째로 우주여행 관광 상품을 내놨다. 아직 티켓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시초가가 20만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조스 전 CEO와 동승할 신원 미상 승객은 280만달러(약 32억원)에 티켓을 낙찰받았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 겸 전(前)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머스크, 9월 민간인 4명 우주로 쏜다…직접 탑승할까?

머스크 CEO는 오는 9월 스페이스X 임원 1명을 포함해 민간인 4명을 우주선에 태워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 비행에 도전할 계획이다. 1호 승객으로는 일본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가 선정됐으며, 아직 공개되지 않은 탑승 명단 중 임원 1명이 머스크 CEO 자신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

머스크 CEO는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해 우주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우주여행을 대중화하고 화성을 비롯한 우주 각지를 인간이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이주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오랜 꿈이다. 이는 스페이스X가 개발하고 있는 우주선이 높이 106m의 로켓 일체형 콤보우주선인 이유기도 하다. 앞서 머스크 CEO는 최대 4일까지 우주에서 머무는 민간 우주관광 상품을 연내 개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한편 머스크 CEO는 이날 뉴멕시코주 발사장에서 브랜슨 회장의 우주비행을 직접 지켜봤으며, 브랜슨 회장이 출발하기 전 기념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다. 머스크 CEO는 버진갤럭틱의 우주관광 티켓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및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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