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신당 구애 받는 손학규 정동영 행보 판이

선상원 기자I 2015.12.29 18:17:35

손학규, 이종걸 원내대표와 만남 사양… 양쪽과 거리두기
40여명에 달하는 손학규계 총선 후보자들 물밑 지원할 듯
정동영, 이종걸 만나 정치재개 저울질… 전주 출마 거론돼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야권이 ‘안철수 신당’ 창당으로 재편 회오리 속에 빠져든 가운데,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구 새정치민주연합)과 신당 세력으로부터 뜨거운 구애를 받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양측과 접촉을 하지 않은 채 거리 두기를, 정 전 장관은 양측과 만나며 정치재개를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야권 분열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행보에 나선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전남 강진에서 칩거중인 손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 만남은 손 전 대표의 거부로 불발됐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7시30분쯤 광주 송정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야권 통합에 대해 말씀을 드리려고 했지만, 손학규 전 고문께서 ‘오늘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셔서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연말에 선배 정치인을 찾아뵙는 것은 도리”라며 “통합여행의 시작 때부터 다른 분들, 제3자 등을 통해 (손 전 고문에게) 필요하고 가능한 때에 연락을 드리도록 했다”며 회동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추후 (손 전 고문을 만나기 위한) 일정을 다시 잡도록 하겠다”며 “서울로 돌아가기 전 광주에서 만날 사람을 만나고 가겠다”고 밝혔다.

애초 이 원내대표는 광주 송정역에 도착한 뒤 차편으로 강진으로 이동, 손 전 대표와 만난 뒤 강진 흙집에서 1박을 하고 귀경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이런 사실이 공개된 후 방문을 사양하겠다는 뜻을 이 원내대표에게 전했다. 손 전 대표측 관계자는 “사전 연락이 없었다”며 “손 전 고문이 현재 강진 흙집에 있지만,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정계를 은퇴한 후 강진에 칩거중인 손 전 대표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당 창당과 야권통합에 입장을 밝히는 것이 큰 부담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입장을 내놓는 순간 바로 정계복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는 4·29 재보궐선거 전패와 10·28 재보선 참패 등으로 야당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끊임없이 구원투수로 거론돼왔으나 정계복귀에는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정계를 은퇴한 상황이라 야권 모두의 요청에 따라 불려 나오지 않는 이상 정계에 복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상주 역할을 했던 손 전 대표가 국장이 끝나자마자 다시 강진으로 돌아가 두 번째 겨울을 날 채비를 마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야권 지도자인 손 전 대표가 내년 총선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야권의 총선 전망이 밝지 못하기 때문에 손 전 대표도 총선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신당세력 중 한쪽을 선택해 지원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손 전 대표의 측근은 “손 전 대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총선 출마 후보자들이 30~40명에 달한다”며 “정계복귀는 아니지만 당에 상관없이 후보자들을 알게 모르게 도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물밑 지원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정 전 장관은 직접 총선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

지난 4·29 재보선 당시 야권을 재편하겠다며 국민모임 신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던 정 전 장관은 패배 후 지난 6월 고향인 순창으로 낙향해 바이오 씨감자 연구에 매진해왔다.

11월 씨감자를 수확한 정 전 장관은 총선을 바라보며 정치적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8일 당 복귀 요청을 하러 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정 전 장관은 이번에도 이 원내대표를 만났다.

정 전 의원측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이 이 원내대표의 연락을 받고 만나러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손 전 대표와의 만남이 불발로 그치자, 차량편으로 전북 모처로 이동해 정 전 장관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 방문시“ 마음은 형제지만 지금은 다른 길에 서 있다”며 복당 요청을 거절했던 정 전 장관은 다시 정치를 재개한다면 탈당한 더불어민주당보다 신당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으로는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가 어렵다며 당을 떠났던 정 전 장관이 다시 복당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과 가까운 한 의원은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예전 지역구인 전북 전주에 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정 전 장관이 신당에 결합하면 전북지역도 더불어민주당이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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