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삼성그룹주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A씨는 요즘 시름이 깊다. 삼성그룹주 주가 흐름이 너무 좋지 않아 펀드 수익률 관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씨는 “그나마 전망이 나쁘지 않은 호텔신라(008770)로 포트폴리오를 100% 채우고 싶은 심정”이라며 “포트폴리오에 넣을만한 종목이 없어 투자 전략을 짜는 게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삼성그룹주와 LG그룹주 주가가 엇갈리면서 그룹주펀드도 희비가 갈리고 있다. 2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28개 삼성그룹주펀드중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단 하나도 없었다. LG그룹주펀드가 세 개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다.
삼성그룹주펀드는 올 들어 지난 6~8월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100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월별 수익률이 석 달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극도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이후 삼성전자의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와 적극적인 주주환원책 등에 힘입어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9월부터는 대다수 펀드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부터 다시 한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 주가가 다소 주춤한 것도 있지만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삼성중공업(010140), 삼성증권(016360) 등 삼성그룹 계열사가 최근 들어 급격한 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인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장중 1만405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4월14일 4만78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할 때 불과 8개월도 채 안되는 기간동안 주가가 70%나 곤두박질친 것. 삼성중공업 역시 우울하다. 지난해 12월 2만1950원으로 52주 신고가 기록을 세웠지만 지난 8월24일 장중 9980원까지 내려가면서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아직도 1만1000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9월만 해도 5만원을 위협하던 삼성증권도 현재 4만3000원대까지 내려앉았고 삼성카드(029780)도 지난달 3만7000원대에서 현재 3만950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지난 9월1일 기준 삼성엔지니어링을 5% 이상 비중으로 담고 있는 펀드는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자 1[주식](A)’(5.62%), ‘대신삼성그룹레버리지1.5[주식-파생]Class A’(9.48%), ‘한국투자KINDEX삼성그룹주동일가중상장지수(주식)’(6.26%) 등이다. 나머지 펀드들도 대부분 삼성엔지니어링을 1~3% 비중으로 담고 있어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어쨌든 삼성계열사 중에서 골라 포트폴리오를 채워야 하는데 그룹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아 마땅히 투자할 종목이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종목은 장기적으로 실적 안정성이 회복될 수 있는지 여부를 보수적으로 점검해 비중을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LG그룹주펀드는 표정관리에 한창이다. 지난 10월과 11월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데다 향후 전망도 좋기 때문이다. 그룹주 대표주인 LG전자(066570)는 수년간의 부진을 털어내면서 지난 9월부터 약 21% 올랐고, 같은 기간 LG화학도 34% 뛰었다. 이밖에 LG디스플레이(034220)가 8.45%, LG생활건강(051900) 역시 29.3% 급등했다.
김효찬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차장은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2차전지와 자동차 전장 부품, OLED에 대한 LG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어 LG그룹주 전반의 장기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실적 안정성을 중심으로 종목을 압축하고 있으며 계열사별로 신규 사업의 장기 성장성과 경쟁력 확보 여부를 중심으로 종목을 선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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