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노동조합이 채권단에 자구계획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법정관리 등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가는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 노사는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발판으로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 노조는 채권단이 자금지원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자구계획 동의서 제출을 결정했다. 동의서는 경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파업 등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시한 대우조선 노조위원장은 이날 밤 상임집행부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노조는 심사숙고한 결과 채권단에 동의서를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 위원장은 “노조 동지 여러분이 우려하는 부분은 이해하지만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27일 해당 동의서를 채권단에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채권단이 요구한 동의서에도 구조조정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
대우조선 노조가 한 발 뒤로 물러서면서 채권단의 자금지원도 속도를 내게 됐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노조의 동의서를 접수한 뒤 이사회를 개최해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최소 4조원 이상의 추가 자금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사업장을 운영하는데 매월 8000억~1조원의 운영자금이 소요된다”며 “선박 인도대금이 입금되면서 당장 유동성 부족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자금 유입에 차질을 빚을 경우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당장 27일 발표될 3분기 실적에서 최소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추가 손실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현대중공업(009540)이나 삼성중공업(010140)보다 해양플랜트 시장에 1년 정도 늦게 진입하면서 관련 손실이 이연 처리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노조가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합심하겠다”고 전했다.
고정비 감축의 핵심인 인력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실적 반등을 위한 필요 조건은 당연히 업황 개선”이라며 “이에 앞서 자산 매각 등과 함께 인력 감축도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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